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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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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스시상현 이것은 스시인가 프렌치인가, 안녕하십니까, 스시상현입니다. 최근 한국 음식계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높아진 소득, 어릴 때 부터 축적된 문화적 자산(전 세대와 다르게), 유투버와 인플루언서, 인스타를 통한 허세 인플레이션까지. 이런 고급화 경향의 쌍두마차 중 하나가 오마카세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학생이라 런치 10만원대의 소위 ”하이엔드“ 오마카세는 잘 못 가나, 이번에 고맙게도 예약해준 동행인이 생겨 방문하게 되었다. 지하철에 내려 분명 앞에 왔는데, 입구가 없다? 헤메다 보니 건물 반대편이더라. 처음 오는 사람은 조심해야 할 듯 하다. 입장하니 따뜻한 손수건과 히노끼 다찌가 반긴다. 이후 속을 데워준 메생이 차완무시까지는 딱 정석이었는데, 그 뒤가 좀 신기하다. 런치임에도 불구하고 츠마미가 미친듯이 나오는데, 국적을 종잡을 수 없다. 구운 식빵과 참치 타르타르, 우니와 캐비어, 미소 소스에 절인 새우, 전복 내장 리조또 등등. 맛은 하나같이 정말 좋다. 밸런스가 좋으면서도, 각 메뉴들의 특징이 잘 살아나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키미즈 소스와 참치 타르타르가 넘버원. 그러나 스시가 조금 아쉬웠다. 런치 17이라는 하이엔드 중에서도 하이엔드 가격대인데, 네타가 조금 단조로웠다. 조개류도 거의 없었고, 요즘 가격이 많이 올랐다 해도 새우류도 조금 적었다. 흰살생선과 히카리모노 둘 모두의 가짓수도 단촐했던 느낌. 샤리는 짭쪼름하고, 조금 질면서도 쌀의 질감이 잘 살아있다. 아무래도 전분이 조금 강한 느낌인데, 사르르 풀어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맛있었다. 그래도 가격 답게 우니는 정말 많이 주신다. 맛도 있고.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카스고였다. 처음 먹어봤는데, 사요리 같은 식감에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스시를 다 먹고 나면 식사로는 흰살 생선 타코가 나오는데, 소스가 엄청 맛있어 깜짝 놀랬다. 스시 오마카세은 그 셰프님들에게는 실례지만 가격대에 따라 엔트리/미들/하이엔드로 구분한다. 다른 음식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스시만 이렇게 하는 이유는 소위 말해 “에도마에“, 즉 만드는 법, 구성이 정형화된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역사가 오래된지라 네타, 쥐는 방식, 양식의 접목 등 업장마다 차별점이 있으나, 그래도 다른 음식 장르에 비해 업장 간의 바리에이션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곳은 그 스타일에서 꽤나 벗어난 곳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접목한 다양한 츠마미를 내 주는 것이 신기했고, 또 맘에 들었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어디까지나 가격대에 비해서지만, 스시의 구성이 조금 아쉽긴 했다. 분명 한 피스 피스 맛은 아주 좋았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가격이다보니… 그래도 한국에서 스시로 별 하나이니, 방문할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P.S 양이 정말…정말 많다. 어렸을 때 뷔페 가는 감성으로 전날부터 공복을 유지하길.

스시 상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70길 24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