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헌 싱거우면 건강에 좋다니까~~ 사실 중식은 코스요리로 먹기에는 조금 부적합한 음식이다. 조금씩 조리하기 애매하고, 본연의 중국 문화도 크게 조리한 음식을 나눠먹는 형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최소한 4명 이상이서 방문해 다양한 요리를 시켜 나눠먹는 것이 고급 중식당을 즐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필자도 저번 계향각 방문에서 이렇게 큰 만족을 느꼈었다. 그러나 오늘은 가족 식사로 인원이 적었기에, 어쩔 수 없이 코스요리를 제공해 주는 곳을 골라야 했다. 개인적으로 저번 방문때 딤섬을 참 맛잇게 먹은 경험이 있기에, 꽤나 먼 청담동과의 결승에서 이곳으로 결정했다. 식당의 분위기 하나는 참 좋다. 올림픽 공원 앞에 위치한 고층 건물이라 그런지, 잠실과 올림픽공원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뷰이다. 코스를 시키면 21층 연회장으로 올려보내주는 듯 한데, 책상 간 거리도 멀고 의자도 여유로워 편안하게 앉기 좋다. 저녁 B 코스(100000\) 과 천진고량주 한 병. 첫 요리는 냉채이다. 향이 약한 순서부터 센 순서로 먹으라는 듯 소개해 주는데, 구성은 새우/장육/전복/송화단/절인 토마토와 해파리냉채이다. 하나하나 흠잡을 곳 없이 무난했으나, 전복의 크기가 좀 작았다. 특이하게 위에 칠리 소스가 올라가 있는데, 아무래도 전복의 크기가 작아 향이 적으니 그렇게 처리한 듯 싶어 아쉬웠다. 토마토절임은 입맛을 확 돋워주니 꼭 먹기를. 이곳의 시그니처인 딤섬이 이어 식탁을 꾸민다. 새우, 부추새우, 표고 세 가지 소로 만든 딤섬이었는데, 정말 맛있다. 쌀가루가 들어간 듯 얇고 쫀득한 피에 정확히 익은 속재료였는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월래순교자관, 연교, 야상해 등 유명한 중국 만두집은 밀가루 피의 탄수화물 향이 많이 강조된 스타일인데, 그것과 전혀 다르게 정확한 익힘의 재료가 강조되어 있어 맘에 들었다. 이어 나온 요리는 게살 스프이다. 게살과 마를 베이스로 한 점도 높은 스프였는데, 간이 꽤나 약했다. 게가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은 듯 게 향도 튀지 않았고, 약간 계란국을 먹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후술하겠지만 이 느낌은 코스 내내 이어진다. 다음 타자는 금사오룡이다. 해삼을 용에 빗대고, 위에 올려진 죽순과 팽이버섯이 금실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요리이다. 요리 자체는 맛있다. 좋은 익힘(살짝 오버쿡이긴 했다)의 새우와 해삼 튀김, 적당한 점도와 매콤함의 소스. 그러나 코스의 가격을 생각했을때 해삼과 새우의 퀄리티가 아쉽다. 해삼은 돌기가 전혀 보이지 않고, 새우는 그냥 국산 대하인 듯 했다. 이어 나온 것은 관자 튀김과 청경채. 관자를 반으로 갈라 튀기고, 육수 위주의 맑은 소스에 데친 청경채를 올려 주는 요린데, 오늘 디쉬 중 제일 아쉬운 음식이었다. 관자는 도대체 왜 반으로 갈라서 튀긴 건지 궁금할 만큼 식감, 향 모두 수준 이하였고, 밍밍한 소스는 전혀 맛을 잡아 주지 못한다. 청경채는 맛있엇으나, 사실 이마트에서 사서 데치기만 해도 맛있는 것이 청경채이니 뭐... 무슨 중식도 아니고 웰빙 음식 먹는 느낌이라니. 이어 마지막으로는 굴소스에 볶은 안심 볶음이다. 메뉴 이름을 들으면 알겠지만, 뻔하고 맛없을 수 없는 요리이다. 그냥 달달하고 맛있고 부담 없는 편. 식사는 볶음밥, 짬/짜, 흰 죽인데, 짬뽕과 흰 죽이 킥이다. 짬뽕은 인위적인 불맛 없이 진한 닭육수로 만들어 근본 있고 맛있으며, 새우와 흰살 생선, 생선 스톡으로 만든 흰 죽은 잘 만든 리조또가 연상된다. 마지막으로 얼그레이 푸딩으로 끝이 난다. 아쉬운 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지나치게 많은 튀김의 비중이다. 사실 중식 하면 탕수육, 깐풍기, 깐쇼새우 등 튀김만 떠올리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사실 중식에서 튀김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재료를 잘 가공하거나, 아니면 살짝 불을 대어 원래 맛을 살린 요리가 고급 중식의 진미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튀김 요리를 많이 배치한 것은, 아마 이 식당이 고령층을 포함한 가족/기업 모임을 타겟으로 한 곳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두 번째로는 음식의 간이 약하다. 다양한 소스나 향신료를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음식이 많은 것이 중식이나, 그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전형적인 달달한 소스만을 기반으로 한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광동의 녹진함도, 후난의 매콤함도, 사천의 얼얼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 특색이 부족했다. 사실 한국 사람들,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단편적 한국식 중화요리의 영향으로 이러한 이국적 요소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도 이해가 안 가진 않으나, 먼저 서술한 튀김의 비중과 합쳐져 코스가 빨리 물린다. 마지막 단점은 재료의 퀄리티이다. 전복의 크기, 관자의 크기와 신선도, 그리고 해삼의 품질까지. 아무리 중식이 비싼 고급 재료의 향연이라 재료비 부담이 크다 해도 이건 좀 아쉽다. 전복의 크기는 잘 봐줘야 이마트 대 사이즈 수준이었고, 관자는 촉촉함과 특유의 식감은 찾아볼 수 없다. 해삼은 돌기가 전혀 없어 고향이 동남아인지 의심이 갈 수준이다. 조금만 좋은 재료를 썼다면 이 식당의 연한 간과 맞춰져 일식스러운 테이스트가 있을 수 있을 텐데... 어찌 되었든 정갈하고 맛있는 식당이라는 것은 사실이니,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모시고 모임을 할 일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젊은 사람들끼리 모일 때는 굳이...? p.s 딤섬은 진짜 맛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엔 들 것 같으니, 점심에 방문하길.
몽중헌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10 에스타워 20, 2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