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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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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평장원 냉면은 냉면일 뿐인가? 한국에서 평양냉면처럼 조롱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음식이 있나 싶다. 2010년대 후반의 미식 아이콘이었고, 평양냉면은 ~야 한다라는 교조적인 논쟁을 꽤나 불러왔다. 그 반대급부로 밍밍한 국물을 무슨 맛으로 먹냐, 스노비즘이다 라는 공격도 많이 받았다. (일례로 존 모 가수의 일화가 있을 것이다.) 사실 평양냉면은 꽤나 단순한 음식이다. 겨울에 수확하는 메밀을 면으로 만들어, 동치미 육수나 고기 육수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메밀은 글루텐이 거의 없어 열을 받으면 쉽사리 끊어지기에, 찬 육수가 대안으로 선택되었을 것이다. 원형은 동치미 육수가 섞인 형태였을 것이나, 지금 서울의 평양냉면 집들은 고기 육수로만 맛을 낸다.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은 크게 두 가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한 고기 육수와 메밀면의 향과 식감이 그것이다. 육수는 꼬릿한 육향에 더불어 감칠맛이 돌아야 하며, 면에서는 은은한 메밀향과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나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한다. 맹맹한 맛이 곧 맛이며 그것이 미식이다라는 의견과 스노비즘이라는 비판 모두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찬 고깃국물에 면을 만 요리라는 본질을 들여다보면 맛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면옥. 한 그릇에 만원 중반대가 넘어가는 살벌한 평양냉면이 주류를 차지한 요즘에도 단돈 만원이라는 가격이 따뜻하다. 슴슴한 김치와 얇게 썰린 무가 전부인 조촐한 반찬. 잠시 기다리면 평양냉면 한 사발이 등장한다. 오이가 올라간 사진도 있었지만, 다행히 빠진 모양이다. 오이를 좋아하지만, 동대문의 모 평냉집에서고기향을 전부 덮어버린 오이 국물을 먹고 나니 평냉에 오이는 딱 질색이다. 고명은 고기 두 점에 계란, 그리고 무. 클래식이다. 국물을 한껏 들이키니 고기향과 더불어 감칠맛이 살살 올라온다. 간은 중간 정도로, 심심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봉피양 정도로 자극적이지는 않다. 면은 색은 연한 편이지만, 사실 메밀 함량보다도 메밀 가공 정도가 색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니 편견을 잠시 지우고 맛을 본다. 메밀향이 꽤나 진한 편이고, 적당히 저항하다 툭툭 끊어지는 면도 매력적이다. 고명은 하나가 딱 특이한데, 수육이 종류가 다르다. 하나는 부드럽고 진한 갈색의 전형적 수육인데, 나머지 하나는 꽤나 흰 빛깔의 쫄깃한 수육이다. 씹을수록 육수가 배어나오는 것이 재밌다. 육수 간, 메밀 함량 전부 중간 정도의 평냉이다. 사실 미식의 대명사 중 하나가 된 메뉴이지만, 그리 변화를 줄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메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대하는 맛이 있기 마련인데 적당한 가격에 충족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냉면 따위인데, 너무 교조적일 필요는 없다. 옆에 식초와 겨자가 준비되어 있으니, 조금 첨가해 혀를 만족시키는 것도 부끄러워하진 말길. P.S 그래도 국물 밸런스가 꽤나 좋다. 겨자는 면에만 살짝 뿌려 먹는것도 어떨까. 나중에 고기맛은 전부 사라진 겨자물을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평장원

경기 수원시 팔달구 중부대로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