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몬규상 금의환향 야키니쿠는 논란이 많은 음식이다. 아무래도 한중일 3국의 민족감정이 유례없기 강렬한 곳이기도 하고, 근대에 태어난 음식이기에 정확히 고향을 가리는 것이 불가능해서일까. 김밥, 짜장면 등등 여러 요리와 같이 언제나 국적 논란이 따라 붙는다. 민족 감정을 조금 걷어내고 보면, 이 음식은 일본식 한국 요리임이 분명하다. 해방 이후 맨주먹으로 일본에 정착해야 했던 재일 교포들이 한국의 양념 조리법을 사용해 자투리 소고기를 판 것이 시초이니 말이다. 다만 세월이 지나며 한국의 양념갈비 등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발전시켰기에, 이제는 일본식 한국 요리라 불러 주자. 숯불에 구운 고기와 양념. 사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게다가 자잘하고 세분된 고기를 팔기에, 다양하게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아무래도 한국 음식과의 강한 유사성과, 민족주의 때문에 일식 열풍에도 좀처럼 한국에 발을 붙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독특한 캐릭터를 살려 하나 둘 생기는 중이다. 유명 야키니쿠야인 호루몬 규상이 집 근처에 분점을 냈다. 방문할 수 밖에. 무언가 일본 느낌을 내고 싶어 안달난 건물. 큼지막한 가쿠하이볼 광고 밑으로 입장한다. 2인은 무조건 다찌를 이용하게 되어 있는데, 다찌마다 화로가 있어 공간 분리가 잘 되는 편이라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다. 술을 두잔 시키고 고기를 고른다. 메뉴판을 읽어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위들이 많은데, 목청, 식도, 소꼬리 등 구이로는 상상조차 안되는 부위들이 다양해 재미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위를 조금씩 구워 먹는 것이 야키니쿠의 매력이지. 특상우설은 우설을 두껍게 썰어 칼집을 낸 채로 등장한다. 적당히 앞뒷면에 마이야르를 일으켜 미디엄으로 굽는다. 우설 특유의 조직감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인데, 얇게 썰지 않고 두껍게 썰었기에 정말 혀 같은 식감이 잘 드러나 재미있다. 굳이 따지자면 안심과 비슷한데, 육즙도 잘 살아있어 맛있다. 양도 꽤 되니 꼭 시켜보길. 이후 나온 호루몬 3종은 염통, 벌집양, 양 이렇게 3 종류이다. 염통은 그냥 고깃집 염통과 비슷하지만. 냄새도 없고 식감도 차져 질이 꽤 좋다. 벌집양은 소의 두번째 위로, 벌집같은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벌을 해서 나오는데, 달콤한 양념과 특유의 식감이 잘 어우러진다. 금방금방 구워져 먹기도 편하다. 대미는 양인데, 흔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두껍게 썰어져 신선하다. 겉을 바싹 익혀도 속의 촉촉함이 잘 유지되기에, 양 특유의 식감이 잘 느껴진다. 무난한 부위만 먹기에 재미가 없어 시킨 식도. 식도 특유의 세개 층이 잘 보이는(전공이 전공인지라…) 인상적인 모습이었는데, 식감은 막창과 비슷하다. 쫄깃한 근육층 위에, 부드러운 층들이 겹겹이 쌓인 식감인데, 막창의 그것보단 조금 더 오독오독한 편이다. 마찬가지로 냄새도 전혀 없고 양념도 잘 어울려 맛있다. 다만 냉면은 외관은 모리오카 냉면을 흉내내려 한 듯한데, 실제 모리오카 냉면을 한국인들이 좋아할 리 없기에 맛은 고깃집 물냉면이다. 딱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니 배가 남는다면 곱창국밥을 시켜 보길. 한국에서 소고기는 물론이고 소곱창까지도 꽤나 비싼 음식이다. 물론 비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단순히 냄새만 제거한 내장을 왕창 먹기에는 조금 비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위도 막창, 곱창, 양, 대창 정도로 단순하기에, 내장 특유의 지방맛이 빨리 질리게 하기도 하니 말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고향을 떠나 섬을 한바퀴 돌고 온 이 야키니쿠라는 음식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일본 특유의 달달한 양념과, 마치 야키토리처럼 다양하게 세분된 부위를 즐길 수 있으니. 가격도 부위마다 다르지만, 100그람에 이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니 부담이 없진 않지만 그리 많이 가지도 않는 가격이다. 사케, 쇼츄 등 다양한 술 리스트도 있고, 사케는 아니지만 쇼츄는 잔술로 파니 꼭 먹어보길. 특유의 곡물 뉘앙스가 곱창 양념과 잘 어울린다. P.S 계속 할진 모르겠지만 영수증 리뷰로 자그마치 하이볼을 준다. 공짜 술이라니.
호루몬 규상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2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