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면관 함곡관을 넘어라 한국 중식은 가까운 동북 3성의 영향으로, 다양한 본토 중식에도 불구하고 조금 획일화된 양상을 띈다. 그 중 사천 요리는 마파두부, 마라탕 등등으로 상당히 잘 알려져 있는 요리지만.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젊고 유능한 셰프들이 다양한 현지 중식을 들여옴에도 불구하고 크게 바뀌지 않는다. 마(매운맛) 라(화자오, 마자오 등 산초 계통 아린 맛) 중 사실 사천을 상징하는 맛은 마가 아닌 라이다. 아무래도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한국에 들어온 사천 요리들은 아린 맛 보다는 맵고 달다는 점에서 동북 요리의 강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중식을 좋아하고, 집에서도 자주 해 먹는 입장에서 4대 요리 중 하나인 사천 요리가 이렇게 변형된 것은 크게 아쉽다. 이러던 중 학교 근처에 청두 출신의 부부가 하는 사천 요리집이 있다고 해 발걸음을 재촉해 방문했다. 다찌석만 10개 정도 둘러 배치된 작은 식당이다. 우육면, 마파두부, 탄탄멘을 바탕으로 약간의 중국풍 전채요리(목이버섯, 옥수수전병)들로 구성된 메뉴판이다. 먼저 마파두부이다. 따뜻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게 나오는데, 빨간 고추기름에 화자오 향과 더불어 둥둥 떠있는 모습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게 해준다. 매운맛은 적으나, 알싸한 산초 향과 더불어 흥건한 고추기름이 밥과 곁들이기 제격이다. 다만 만들기가 어려워서인지 연두부를 쓰지 않은 점은 아쉽다. 매운맛이 적어 산초 향에도 불구하고 먹기 편하니 꼭 시도해 보길. 탄탄멘은 흔히 알려진 국물 있는 일본식이 아닌 사천식 탄탄멘이다. 잘 볶은 고기 고명에 땅콩 기름과 고추 기름으로 간이 된 비빔면인데, 개인적으론 이곳의 베스트였다. 면을 잘 감싼 매운맛과 산초향의 밸런스, 거기 더해진 땅콩의 고소함이 기가 막히다. 고수를 싫어하지 않으면 고수를 잔뜩 뿌려 먹으면 기름 향과 잘 어울리니, 꼭 곁들여 먹어보길. 양이 살짝 부족하면 밥을 요청드려도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데친 목이에 가볍게 고추기름을 곁들여 나오는 전채도 꽤나 맛있으니 여러 명이 갔다면 엔빵의 기적으로 먹어보길 권한다. 우육면도 괜찮으나, 개인적으로 여기까지 왔으면 앞에 두 메뉴부터 먹어 보길 강력히 권한다. 사실 향을 많이 절제한 느낌이고, 향신료의 사용이나 조리법도 어느 정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려는 것이 보인다. 화자오에 캡사이신까지 곁들여지면 아무래도 소화기관과 미뢰에 심각한 무리가 갈 수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느끼기 힘든 화자오와 마자오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식재료나 조리법의 퀄리티 자체도 괜찮다. 사천 요리는 이런 느낌이고, 이런 맛이 나는구나를 처음 알아보기 참 좋은 식당이다. P.S 칭따오 330ml라는 혼자 먹기 딱 좋은 사이즈가 비치되어 있다. 음식과 정말 잘 어울리니 한잔 시도해 보길.
루지면관
경기 수원시 영통구 센트럴파크로127번길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