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처음 돈까스를 먹은 날이 잊히지 않는다. 한국식 브라운 소스로는 지금까지 먹어본 곳 중에 손꼽는다. 돈까스가 가끔 약간 지나치게 튀겨져서 아쉬울 때는 있다. 돈까스 굽기가 늘 균질하지는 않으므로 함박스테이크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쉐프가 피곤하면 안 만든다고 하니 참고. 이런 애매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연히 호평으로 분류한다. 이런 돈까스는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컨트롤된 고급 돈까스와는 장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동네 경양식집 돈까스는 약간 허술한 디테일을 기깔나는 소스빨로 다 덮어버리는 능청스러움을 요구한다. 이 허술한 맛집은 그 요건을 완벽히 충족시킨다. 브랜드 없는 야구모자를 자주 쓰시는 쉐프는 잘 웃으시고 친절하시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여성들에게 훨씬 친절하다. 이 가게의 어디에서도 자기검열의 흔적을 느낄 수가 없다. 총체적으로 무방비 상태에 있는 맛집이다. 음식과 가게의 영혼이 일치한다. 맥주와 밥과 밑반찬은 동네 수준이다. 멕시칸샐러드도 추억의 그 맛이 나서 좋다. 물은 아리수로 추정되니 거부감 있는 분들은 생수 지참.
테라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 2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