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기서 "기다리는 거 좋아해요, 잘하고." 배우 문가영이 유퀴즈에 출연하여 남긴 말이다. 영상을 보고는 생각했다. "기다리는 걸 잘해서 뭐해?" 산책을 나왔다. 신호등 앞, 노래 한 곡을 다 채우지도 못할 찰나의 시간. 온갖 짜증이 밀려왔다. 휴대폰 시계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초록불이 켜졌다. 깨달았다. 아, 나는 기다리는 걸 못하는 사람이구나. 나에게는 커피가 아니라 다른 것이 필요했다. 내일의 환상에 안달나게 만드는 열정이 아니라, 오늘의 찰나에 머물게 만드는 여유가. 모교 명원박물관 권역에 찻집이 들어선지 오래다. 계동의 티 오마카세 전문점 <갤러리 더 스퀘어>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의 지갑 사정과는 괴리가 있는 가격대에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통유리창 바깥으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 한켠에 자리하는 값이라면. 그 생각에 두들기던 계산기를 결국 내려놓게 된다. 한 템포씩 느려지는 흐름 속에서 서서히 젖어가는 정자를 바라본다. 그제서야 들려오는 가랑비 소리. 빗소리에 맞춰 말차를 한 모금 머금는다. 유리창에 가로막혀 있었던 풀내음 향이 쌉싸름한 감각과 함께 넘어간다. 우산을 펼쳐들고 명원박물관 앞 신호등에 멈춰섰다. 나의 현실이 감각을 되찾는다. 이 공백을 이루는 소소함이 좋아진다.
차담
서울 성북구 정릉로9길 6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