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점심 피크 시간에 혼자 들어가게 되었는데 사장님께서 안쪽 방으로 안내해주셨어요. 홀에는 거의 어르신분들만 계시던데 앉았다 일어나기 싫어하시니까 젊은 사람들 오면 안내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그 덕에 혼자였지만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었어요 ㅎㅎ 이전 사람들이 먹은 그릇을 치우고 상을 닦아주시는데 정말 최근에 이렇게나 상을 정성스레 닦아준 식당을 가본적이 있나 싶었습니다. 칼국수 하나 파는 집인데 더군다나 허리를 굽혀서 닦아야 하는데도 약간 황송할 정도로 닦아주시더라구요 😅 홀에서 탁탁탁탁 사장님이 면 써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기다리니까 칼국수와 김치, 양념장이 차려졌습니다. 너무 간단한 차림새에 대단한 그릇이 전혀 아닌데도 정갈하게 느껴졌어요. 뭐 하나 뭍거나 국물이 흐른 것 없이 반짝반짝 윤이 나네요. 슴슴한 사골 육수에 계란을 풀어놓은 걸쭉한 국물인데 날릴것 같은 부들부들 면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단맛이 존재감 강한 부분에서 완전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김치도 명동교자 같이 마늘 팍팍도 아니고 개성이 드러날듯 말듯한 겉절이랄까요? 서울식 칼국수란 이런 것이다 싶었습니다. 중간 정도 먹고 간장 양념장을 두스푼 끼얹었는데 파의 감칠맛이 참 좋습니다. 사장님과는 식당에서의 평범한 대화만 주고 받았을 뿐인데 다 먹고 나오니까 마음이 따뜻해졌더라구요. 심지어 제 스타일의 칼국수도 아니었는데! 그냥 날씨가 좋았을 수도 있고 마음이 그랬을 수도 있고 한데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한끼였습니다. 운이 좋은 날이었네요 ☺️ (주차는 건물 주차장 한시간 무료)
미락 칼국수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 241 청계벽산메가트리움 101동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