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정문 바로 근처 골목에 있었던 카페이다. 카페 내부는 살짝 어둡고 날이 워낙 맑고 채광이 좋은 날 방문했었기에 안은 아늑하고 안에서 바깥을 바라볼 때 마치 전시회에서 큰 그림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 메뉴는 다양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 브루잉커피만 찾아보았다. 브루잉커피는 다양한 편, 그런데 왠지 내추럴프로세싱은 없다. 워시드 원두가 가장 많고 무산소발효도 한종류 있었다. 스위스워터프로세스라는 것이 있는데 디카페인 원두였다. 메쉬 에티오피아 아가로 나노 챌라 헤일룸 워시드를 골랐다. 아무리 다른 것들을 보아도 내가 가장 좋아할만한 원두는 이것 뿐이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을 때 놀랐던 점이 있다. 브루잉커피에 꽤나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에 브루잉커피 주문이 많은 편인데 그걸 에어로프레스로 내려준다는 점이었다. 긴 원통형의 커피메이커인데 야외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위해서 고안된 장비였다. 작고 가벼운 장비이지만 커피를 내리기 위해선 압력을 줘야했고 사람의 힘으로 눌러야한다. 만들기 꽤나 번거롭고 힘든데 그걸 일일히 다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3개씩 해주시는데 보기엔 쉬워보이지만…..매우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좋아하는 편인데 향이 진하기 때문이다. 테이스팅노트에 있는 맛의 특성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메쉬는 워시드이지만 시러피하지 않은 산뜻함이 있어 좋았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과일향도 매력적인데 노트에는 복숭아향이라고 한다. 명확하게 어떤 과일향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커피였다. 식으니 산뜻함은 살짝 강해지고 시러피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빨리 마셨다. 예가체페 워카는 디카페인원두이다. 스위스워터프로세스를 거친 헤일룸원두의 커피. 아이스로 마셔서인지 조금 밍밍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따뜻하게 마셨으면 맛이 좀 달랐을까? 콜롬비아 엘 디비소 시드라버본이라는 품종이고 무산소발효커피이다. 역시 무산소발효는 차갑게 마시니 좀 낫다. 그런데 역시 무산소발효는 나랑 안 맞다. ㅠㅠ 맛에서 나 무산소발효야 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커피였다. 리이케 에티오피아 반코 고티티 헤일룸 워시드. 맛의 특성이 강하지 않은 은은한 산뜻함이 있는 커피였다. 강하진 않지만 밍밍하지 않았다. 자리가 아주 편하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워낙 편안하고 좋아서인지 카페에 좀 오래 있었다. 그럼에도 물도 내어주시고 커피도 서비스를 주시는 친절함을 보여주셔서 놀랐다.
래디컬 브루잉 클럽
서울 동대문구 안암로20길 7-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