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리뷰 22.08 “영국에서 공부한 티마스터와 북촌의 만남 21년2월. 영국에서 차를 연구한 티 마스터가 북촌 계동에 티하우스를 오픈했다. 티 전문회사에서 만든 시그니처 블렌딩티와 각 지역 유명 산지의 프리미엄티 등을 연구해 선보이는 일종의 쇼룸의 성격을 띈 공간이다. 종로 계동길에 뮤지엄헤드라는 예술공간이 있다. 기간마다 작품의 내용은 조금씩 바뀌는 듯 하다. 지금은 정유진 개인전이 열리고 있고 묵직하고 투박한 형태의 예술품들이 진열되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 또 하나의 전시관과 같은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도자기 황동 등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전시의 주제는 “차”다. 차에 관련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2프로젝트라는 3분의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대표적이었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마치 검은 색 얇은 철주전자가 아주 독특하고 감각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는데 알고보니 이 작품은 도자기였다. 도자기로서 금속 같은 질감을 표현했고 또한 너무나도 얇았다. 이렇게 구워내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황동으로 나뭇가지의 형상을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듯 하다. 어떤 작품은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그냥 나뭇가지에 칠을 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들이기에 같은 형태의 다기라도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델픽Delphic은 고대 그리스의 문화예술의 공간을 뜻한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뇌에 빠졌을 때 델픽 신전에서 신의 메시지를 통해 이를 해결했듯이 차 한잔을 통해 건강한 에너지를 얻어가길 희망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델픽의 공간은 생각보다 현대적이다. 외부에서 델픽을 바라보는 모습은 현대적이나 델픽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모습은 아주 전통적이고 운치가 있다. 넓은 창 밖으로 계동배렴가옥 가희한옥체험관 등의 북촌의 모습이 보인다. 계단 오른쪽에서 관람할 수 있는 예술품들 또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창 밖의 모습이 참으로 운치가 있다. 멋진 사진이 걸려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를 안내받기 시작한다. 차는 시그니처와 프리미엄이 대표적이다. 찻잎은 주로 중국찻잎이 많았고 국산찻잎도 볼 수 있었다. 밀리폴리는 우유향과 꽃향이 첨가된 우롱차이다. 우유 특유의 크리미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밀리폴리의 큰 특징이다. 케이티디드는 민트의 향이 아주 강하게 느껴지는 백차이다. 오렌지 레몬계열의 향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으나 민트의 향이 가장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향이 살짝 애매한 편이라 고민했다. 드미테라는 루이보스티이다. 가향된 것이다 보니 관목향 같은 것은 못 느꼈다. 카카오와 베리의 조화라고 안내되었는데 딸기초코 향이 난다. 아르테미스는 장미의 향기로움이 강조된 백차이다. 찻잎을 보자마자 강하게 퍼져나가는 장미의 향이 아주 매혹적이다. 샹그릴라는 향신료의 느낌이 강한, 그래서 어찌보면 차의 향보다 음식의 향에 가까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피그1은 무화과 사과 카카오 등이 블렌딩된 루이보스티였다. 과일과 꽃 향이 아주 인상적이다. 나는 평소의 취향대로 아르테미스를 골랐다. 일행 분은 다소 도전적인 시도를 해서 시향에서 살짝 불호에 가까웠던 케이티디드를 아이스로 골랐다. 디저트 또한 매력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특히 스콘은 이용한 잠봉뵈르와 가야샌드가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해보고 싶었던 흑임자타르트를 골랐다. 나중에 밀리필리와 피그1젤라또를 추가했다. 아르테미스 hot 케이티디드 cold 밀리필리 hot 흑임자타르트 피그1젤라또 아르테미스는 찻잎에서 느껴지는 직관적인 향과는 달리 마실 때는 상대적으로 은은하게 느껴진다. 꽃의 향긋함이 잘 느껴진 것이 이 차의 매력.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미의 향만 강조된 차였기에 느껴지는 맛이 풍부하다기보다는 비교적 단조로웠다. 케이티디드는 찻잎의 향에서 느껴진 약간의 불호와 달리 차의 맛은 중독성이 있다. 처음에는 민트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더니 천천히 과일향이 조금씩 느껴져 마실수록 맛이 풍부해졌다. 따뜻하게 마시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었던 것이 아이스의 경우 찻잔과 숙우?가 마치 술병과 술잔 같았다. 감각적이면서 인스타 갬성도 있다. 찻잔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 것들이다. 밀리필리는 호불호가 아주 적을 것 같은 차였다. 우유의 향긋함과 크리미한 느낌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우유를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밀리필리를 가장 추천한다. 흑임자타르트는 사르르 녹을 듯한 부드러움과 흑임자의 구수함이 묘하게 잘 어우러진 디저트였다. 피그1젤라또는 부드러움과 쫀득함으로 무장한 젤라또의 질감 속에 무화과의 맛과 꽃의 향이 과하지 않게 은은하게 배여있었던 차를 이용한 완벽한 디저트였다.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주말 오후 시간대였기에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시간대였기에 한 명이서 하기엔 너무 바빴다. 재주문을 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티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한 공간이다. 아예 예약제로 티코스를 진행하는 것도 좋을 듯해 보였다. 시그니처 티와 프리미엄티를 섞고 간단한 다식을 몇 개 넣는 것이다. 티를 우리가 조금 더 편안하게 접근하는 취지도 좋지만 그냥 카페처럼만 이용한다면 그냥 밀크티 한잔, 말차라떼 한잔. 단지 그러고 지나가기엔 이 공간과 수많은 찻잎들이 조금 아깝게 느껴진다. 티코스라서 꼭 형식적인 다도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델픽
서울 종로구 계동길 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