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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바쁨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고자 한다면 한번쯤 찾아가 볼 만하지 않을까. 여기인가는 한자로 되어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여기인가? 하는 뜻도 가지고 있겠지만 <줄與-기운氣-사람人-집家> 기운을 주는 사람의 집이라는 중의적인 뜻도 가지고 있다. 히타토제면소를 들렀다가 카페를 찾았다. 아무 생각없이 근처 망플 카페를 찾아 들어갈까 하다가 한 한옥집이 내 두 눈을 사로잡았다. 또 흔하디 흔한 한옥 컨셉의 카페이려나, 그저 예쁘고 맛은 평범한? 그러던 중 입구에 있는 메뉴판이 보였다. 맞기도 하고 틀릴 때도 많지만 어디를 가나 메뉴 보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온다. 여기가 차나 커피를 어느 정도 잘 알고 오픈했는지 아닌지. 솔직히 남들 다 하는 핫한 메뉴들로 몇가지 덕지덕지 갖다 붙힌 카페는 발길이 잘 가지 않는다. 흔히 유행 아이템을 공멸로 몰아붙이는 미투 브랜드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뉴에서 사장님의 커피에 대한 애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블렌딩 6000 에티오피아아리차 8000 벨기에초코무스케이크 5500 들어가자마자 주문한 커피는 드림커피 원두는 에티오피아의 아리차로 골랐다. 아리차는 향이 굉장히 좋아서 자주 고르는 커피이다. 투샷이라 나한테는 약간 강하긴 했다. 그리고 디저트는 베르지움초코무스케이크를 골랐다. 이곳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쉼표의 모습을 한 초코무스 케이크다. 아늑하고 예쁜 한옥이 주는 여유로움 속에서 잠시 쉬었다 가라는 사장님의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케이크는 부드러움보다는 진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럽의 초콜렛들이 자주 그렇듯 딱딱함이 매력이었다. 컨셉은 가정집이다. 뭔가 비즈니스적인 느낌보다는 친한 어르신의 집에 놀러간 느낌을 준다.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느림이 주는 매력이 있다. 정성이 더 들어간 둣한 느낌도 있다. 커피잔과 받침도 뭐가 매력이 있다. 사장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박성근 작가님이 만든 잔이라고 한다. 머그잔의 이름은 “생각보다 잡기 편한..”. 보아하니 불규칙함이 보여주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사장님은 커피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블렌드로 한잔 더 주문했다. 이 커피는 구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커피 이야기를 하다가 내 취향을 말씀 드렸는데 그걸 들으시고는 조금 덜 진하게 내려주셨다. 딱 내가 좋아하는 드립커피가 나왔다. 이 잔의 이름은 모르겠다. 이건 “생각처럼 잡기 편한”일까? 오픈한지 몇 달 안 된 카페이다. 어느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을 때 코로나가 찾아왔다. 그래도 꽤 사람들이 찾아온다. 나는 맛집을 왔다기 보다는 여행을 하고 가는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한동안 외국도 못 나가는데 이색적인 공간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이런 곳이 딱이라고 느꼈다.

여기인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