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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식가가 아니고 자극적인 입맛에 다소 길들여진 흔한 사람이다보니 이런 류의 한정식집이 내 취향에 맞을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나한텐 밍밍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했었다. 게다가 혼밥하기도 살짝 애매한 곳이고 가족들이 음식을 찾아 먹지 않는 편이라 나랑은 딱히 인연 없을 거라 생각해왔던 음식점. 어찌어찌 하다보니 누나가 주도해서 아버지 칠순잔치를 여기서 하게 되었다. 석파정에서 사진 좀 찍어드리고 예약 시간에 맞춰서 자리에 들어갔다. 구절판에 몇가지 담백하게 조리된 나물 등의 재료와 전병이 자리마다 세팅이 되어 있었다. 이게 코스의 시작이었다. 무나물 버섯 우엉 등 몇가지 재료를 살짝씩 올리면 담백하면서 구수한 곡물?맛이 나서 에피타이저 하기 딱 좋았다. 두번째로 호박죽이 나왔다. 자극적이지 않고 호박의 향과 깔끔한 질감이 맛있으면서도 입 안과 속을 너무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때부터 이 음식점이 유명한 이유를 몸으로 느꼈다. 새우냉채가 나왔다. 새우랑 애호박?이랑 죽순이 나온다. 새우의 탱탱함이 은근 잘 살아 있었고 잣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잡채가 나왔다. 살짝 가는 당면이랑 달고 짜지 않은 담백한 간. 담백한 거 같으면서도 밍밍하지 않은 적당함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갈비찜이 나왔다. 갈비가 너무 잘 익혀져 뼈에서 쉽게 분리되었고 부드러울거란 예상보다 더 부드러웠다. 양념은 담백한 단짠의 맛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서 고기에 배여들게 하기 위한 용도이지 마시라는 용도가 아닌데도 마셔버렸다. 수육이랑 꼬들김치 배추가 나왔다. 수육은 쫄깃한 식감이 있으면서 두툼하게 썰렸다. 익힌 배추잎에 고기랑 꼬들김치를 넣으면 궁합이 완벽해진다. 전복구이가 나왔다. 자세히 보면 위에 유자제스트?가 얹어져 있어서 쫄깃한 전복 사이사이로 유자의 향과 특유의 단 맛이 은은하게 퍼져서 좋았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궁중떡볶이를 조카들이 잘 안 먹길레 먹어봤다. 살짝 단짠의 소스에 가래떡이랑 고기를 넣고 담백하게 볶아진 것인데 쫄깃하고 담백하면서 적당한 맛에 계속 손이 갔다. 해물국물이 나왔다. 오징어 게 생선 등이 들어갔는데 여기서부터는 살~짝 짠 맛이 강조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깔끔하면서 재료의 맛이 잘 살아 있다. 깔끔하면서 바다향이 났고 먹다보니 감칠맛이 자꾸 느껴졌다. 주식은 된찌+밥 / 잔치국수 둘 중 고르게 되어 있다. 나는 된찌에 밥을 골랐다. 된찌도 묵직하지 않고 깔끔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깔끔하면서 시원하다. 코스 마무리까지 물리거나 술술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

석파랑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0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