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카페에서 다섯가지 원두를 마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마시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지만 맛을 일일히 기억하며 마시는 건 쉽지 않다. 나처럼 혀 기능이 썩 좋지 않은 사람한테는 더더욱 ㅠㅠ 그래피티는 드립커피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카페이다. 분위기는 북카페 같기도 하고. 새 하얀 분위기. 동그란 창문이 있는 곳은 왠지 일본스럽기도 했다. 게이샤커피로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피티에서 선보이는 드립커피의 커피 품종이 아주 다양했기 때문이다. 이 날 드립커피 라인업에 있는 5가지 원두를 다 골랐는데 게이샤 그린팁게이샤 카투라-카스티요 카투라 핑크버본 품종이 무려 5가지. 이렇게 다양한 품종의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카페는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알아보니까 게이샤 품종관리를 통해서 잎이 녹색일 때 채취된 것을 그린팁이라 한다. 일단 순서대로. 1.콜롬비아 카르타고 카투라카스티요 에칠아세테이트 콜롬비아 카르타고 지역 / 카투라, 카스티요 품종 / 에칠아세테이트-용매추출로 만든 디카페인 커피. 카투라와 카스티요 두 품종이 블렌딩 된 것으로 보인다. 디카페인 커피 메뉴인데 용매추출법으로 디카페인을 만들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첫 시작이라 라이트한 것부터 마신 듯 하다. 맛은 여러가지 맛이 나는 편이지만 신 맛이 확실히 지배적이었다. 아주 특별하지도 인상깊지도 않았다. 2.콜롬비아 후일라 엘디비소 핑크버본 허니 후일라지역 엘디비소농장 핑크버본 품종 허니프로세싱 예전에 허니프로세싱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찾아봤는데 단율님이 알려주신 내용이 이해하기 쉬었다. 껍질을 까서 건조시킨. 내츄럴과 비슷한 방식. 내츄럴, 허니 프로세싱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고 실패가 적었다. 다양하고 풍부하며 산뜻한 맛 사이에 자연적인 단 맛이 더해졌다. 한 명은 풀잎의 향이 난다고 했다. 마셔보면 이해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맛과 밸런스가 아주 훌륭한 커피였다. 3.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 파나마 보케테 그린팁게이샤. 워시드 슬로우드라이드 안내를 보면 리노, 카나스베르데스 농장. 심지어 농부 이름까지 나와있다. 워시드, 슬로우 드라이드.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산뜻함이 강해서 나중에 나왔지만 먼저 마셨다. 워시드를 거친 것들은 왠지 모르게 신 맛이 강하다. 산뜻함을 좋아하지만 자주 내 허용치를 넘나든다. 이것 또한 비슷했다. 4. 파나마 보케테 만다리나 게이샤 내츄럴 보케테 만다리나 농장 여기도 농부 이름까지 안내되어 있다. “아, 외국인이구나” 정도의 느낌이 든다. 여기서부터는 맛이 뒤섞여서 기억이 정확하지가 않다. 과일 맛이 나는 산뜻함? 정도로 기억이 난다. 크게 임팩트를 느끼지 못했던 건 원두에 매력을 못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입 안에 다른 커피의 잔 향이 남아서일수도 있다.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5. 파나마 보케테 돈케이 카투라 슬로우드라이드 보케테 지역 돈케이 농장의 카투라 품종. 슬로우드라이드는 생전 처음 듣는 방식이다. 언에어로빅이나 내츄럴 워시드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편인데. 슬로우드라이드. 이쯤되면 무슨 확연한 차이가 있을까? 일단 맛이 뒤섞여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크게 확연한 차이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래 쪽 두 종류는 언젠가 다시 방문해서 마셔봐야하지 싶다. 아메리카노는 확실히 기계가 내리는 것이기에 적당히 맛있지만 투박한 질감이 느껴졌다. 프로토콜에서 커피를 여러종류 마신 이후였고 이곳에서도 무려 다섯종류를 차례대로 조금씩. 너무 많이 마시다보니 혼동을 느꼈다. 그 점을 제외하면 최대한 많은 다양성을 느낀 방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드립 커피를 좋아해오긴 했지만 경험치가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재방문 의사 있다.
커피 그래피티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