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2200 리뷰❤️ 나도 모르던 나의 돼지고기 취향, 그리고 돼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경험 나도 몰랐던 나의 돼지고기 취향을 찾게 해준 특별한 시간. 신당동의 어느 작은 골목에 절대 식당이 있을법하지 않은 어떤 건물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혼고기>는 흑돼지 유통 가업을 물려 받아 돼지를 사랑하고 돼지에 미쳐있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사실 이곳은 식당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납품받는 식당 사장님, 셰프님들에게 돼지고기 정형 및 부위에 대한 설명, 맛, 조리법을 강의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1인 20만원을 내면 돼지고기에 대한 설명 및 발골작업 간접체험하는 샘플러 코스, 발골한 고기를 맛보는 부처스컷 코스 두 가지로 구성돼있다. 고기에 맞춰 좋은 주류도 페어링해주시는데, 이 또한 20만원에 포함돼 있다. <1. 혼고기 샘플러> 혼고기 샘플러 코스는 요리사가 아닌 정육인의 시선으로 1부엔 돼지고기 몸통, 2부엔 앞다리를 발골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날그날 공수한 신선한 흑돼지 제주도 고기의 이분도체를 발골한다. 시작 전 진짜 제주돼지를 구분하는 건 어떻게 하는걸까? 진짜 제주 돼지는 피부 겉에 <흑/제주/1>이라고 도장이 찍혀있다. 숫자 2라고 적힌 아이들은 육지에서 키우고 제주 와서 2~3개월만 키운 돼지들이라 한다. 참고로 최근유행하는 요크셔 돼지는 향이 더 많이 나고 맛이 진한 편이라고. 돼지고기는 참고로 빠싹 익히면 돼지 육즙이 가진 수분 다 날아가 버린다. 육즙이 촤르르 퍼지는 정도가 딱 좋다. 사람들은 기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돼지 육즙을 먹는거라고 한다. 돼지를 소처럼 구우면 단맛이 느껴진다. 반대로 소는 육향이랑 기름으로 구워낸다. 소는 굽기 테크닉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육즙을 많이 느껴지는 거라고. 보통 돼지를 발골할 때는 앞다리와 몸통&뒷다리 부분으로 나눠서 발골한다. 사장님은 이단 윗등심부터 시작하여 가브리살, 삼겹살, 삼각살, 갈매기살, 5가지목살, 항정살 그리고 세로살(혼고기에서만 만나볼수 있다!)로 나눈다. 이 때 발골을 구경하며 재밌었던 이야기 몇 가지만 정리해봤다. 1) 목뼈와 등뼈를 가지고 돼지감자라고 부른다는 것. (감자탕의 어원은 이 부위를 돼지감자라 부르기 때문에 감자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감자탕이 아니고) 목뼈는 목살이 붙어있고 등뼈는 등심이 붙어있다. 돼지의 목부터 턱까지가 어깨 항정살이라고 한다. 2) 목살이라고 다 같은 목살이 아니다. 돼지를 발골하여 나오는 목살은 등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인데, 자세하게 나누면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꽃목살(목심)과 윗등심, 아래 살코기가 살치살이다. 꽃목살은 소고기의 목심이랑 같은 부위라 볼 수 있다. 굉장히 붉고 마블링이 좋고 지방과 살코기 비율이 좋아 구이에 적합하다. 3) 안심은 소처럼 돼지에서도 가장 기름기가 적은 부위. 안심에서도 꼬리 부분은 소로 치면 filet mignon(영어로 tenderloin)이다. 안심 반대편이 있는 부위가 채끝등심이다. 그가운데 있는 등뼈가 T자 모양으로 T본스테이크가 여기서 나오는데, 이건 소와 거의 동일하다. 돼지 윗등심은 소의 새우살이다. 4) 등심은 윗등심 아랫등심으로 나눌 수 있다. 윗등심은 구이에 적합하고, 아랫등심은 주로 돈가스 등으로 많이 해먹는다. 등심 덧살인 가브리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200~450그램 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다. 5) 항정살은 껍데기에 붙여서 '껍데기항정'이라고 해서 파는 경우가 있는데, 가격은 일반 항정살이랑 똑같이 판다. 항정살은 손질할 때 수율이 좋지 않다. 다 떼고나면 50%는 버리게 되는데, 껍데기를 붙이면 30% 수준으로 줄어든다. 6) 우리가 아는 삼겹살 등쪽에 있는 부분을 세로살이라 한다. 다른 삼겹살이 가진 지방과 지방 사이의 살이 없는 부위다. 지방이 고급지고 식감이 좋고 고소하다. 등갈비 지탱하던 살이라 살코기 자체가 탄탄하다. 7) 돼지 앞다리에서는 갈비와 짝갈비가 나오는데, 몸쪽 갈비는 등갈비, 폭립, 쪽갈비, 뼈삼겹 등으로 먹고 다리쪽은 양념하여 숄더랙으로 먹는다. 돼지갈비는 다릿살인데, 순수 갈비살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작아서 실제로 판매되는 돼지갈비는 앞뒤 전지살을 더해서 정형하여 판매한다. 즉, 우리가 먹는 돼지갈비의 갈비살은 사실 갈비가 아니고 전지살인 경우가 더 많다. 8) 갈매기살(소의 안창살)은 선도가 정말 중요하다. 가로막살 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됐는데, 가로막을 움직이는 힘을 쓰는 곳이다. 육색도 강하고 내장이 붙어있어서 선도가 매우 중요하고, 2주만 지나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신선할수록 맛있다. 갈매기살에 바로 붙어 있는 토시살도 비슷한 특징을 가진다. 참고로 토시살은 한 마리당 몇십그램 수준의 소량만 나와서 잡육처리한다. 9) 각 부위별로 모양도 다르고 고기의 탄성도 다르다. 목살에 붙은 지방은 굽기 전 상태에 굉장히 탄탄하다. 흐물거리지 않고 탄탄한데, 손으로 만져보는데 단단함이 느껴진다. 식감도 좋아서 이 부분은 구워먹으면 굉장히 맛있다. 10) 시대에 따라 돼지고기를 정형하는 방식도 조금씩 바뀐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부위나 수요에 따라 정형하는 형태도 달라지는 것. 대표적인 게 바로 뼈등심. 과거에는 돼지고기는 뼈와 붙어있는 형태로 발골하지 않았는데 돈마호크가 유행하면서 이런 모양으로 자르는 게 많이 생겼다. 그밖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워낙 많고 메모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많아 생략한다. 대략 우리가 이날 발골 체험을 하면서 먹기 위해 정리해둔 아이들을 메모해봤다. 등뼈 항정살 갈매기살 토시살 목살 안심 뼈갈비 삼겹(위삼겹) 위등심 아랫등심 삼각살 세로살 배바지살 가브리살 안심 <2. 혼고기 부처스컷> 무려 1시간반에 가까운 강의를 마치고 부처스컷 코스가 시작했다. 이 코스도 1부와 2부로 나뉜다. 고기는 숯을 쓰지 않고 화력은 좋으면서 연기를 최소화하는 마른 옥수수로 그릴링을 한다. 마치 팝콘을 굽는 득한 냄새가 난다. 여기에 불판 위에 내장지방으로 만든 라드를 발라가며 고기를 손으로 직접 구워준다. 말돈소금, 후추, 다시마부각을 준비해주었고, 묵은지 동치미, 갈치속젓, 홀그레인머스터드 등이 고기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라인업으로 구성돼있다. ㅇ 1부 1) 아롱사태 2미리로 썰어서 말아서. 돼지사골육수에 준다. 감태. 핑크페퍼. 소금 후추도 함께. 2) 안심육회 살짝만 익혀서 서빙. 다른데서는 먹기 힘든 메뉴였다. 돼지고기 안심을 육회로 먹다니. 선도도 정말 좋고 육향도 은은하게 느껴지며 식감도 좋았다. 다른 분들은 이 부위를 베스트로 꼽기도 했다. 3) 윗등심 ★ (10번째사진) 고기가 정말 부드럽고 돼지 특유의 단맛도 육즙이 한가득 느껴진다. 이렇게 부드럽게 씹히는 맛은 처음이다. 소금 후추 중에선 소금 더 잘어울린다. 참 고소하다. 초반부터 이렇게 감탄하며 먹기가 쉽지 않다! 내 취향에 딱 맞았다. - 와인 부르고뉴 스타일인 상세르 와인으로 페어링. 4) 안심 안심은 결이 일정하고 기름이 하나도 없이 담백하다. 대신 고기 육즙이 폭발한다. 소가 아니라 돼지고기 육즙 느낌이 뿜뿜. 정말 부드럽고 깔끔하다. 5) 아랫등심. 돈가스하는데 적합한 부위. 물많은 육즙이고, 마치 고기가 닭가슴살 같다. 백색육 같은 맛이 난다. 6. 가브리살 목살과 항정살의 중간부분인 특수부위. 다시마부각을 듬뿍 묻혔다. 고소하면서도 다시마 맛이 부각된다. 7. 첫줄삼겹 - 윗살 육즙은 살아있다. 지방부분은 잘 익히고 살코기를 살리기 위해 구울 때 돼지 지방 부분으로 덮었다. - 참나물&미나리향. - 근섬유가 질기고 식감 탄탄하다. 반발력 있지만 질기진 않다. 돼지 육향도 느껴지고 부드럽고 육즙 폭발한다. 8. 첫줄삼겹 - 아랫살 살코기 육즙 기름 껍질까지 다르다. 살도 부드럽고 육즙도 맛있지만, 껍질은 불맛 좋고 식감 아삭아삭 좋다. ㅍㅌㅂㅎ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좋아한 부위라고. 9. 등갈비살 - 등심쪽 식감도 좋고 기름지고 부드럽고 사르르 녹는다. 대충 녹아도 맛잇다는게 그이유. 10. 등갈비살 - 삼겹살쪽 등심쪽 등갈비살보다 좀 더 꼬들꼬들한 식감이다. 11. 삼겹살 - 배바지살 부드러우면서도 육즙 좋은 살. 고소함 폭발한다. 12. 세로살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수부위. 수분감이 있고 탄력감 있는 식감이다. 진짜 너무 맛있다! 돼지 풍미도 나면서 부드럽고 육즙이랑 고소하다! 13. 삼각살 ★ (20번째사진) 배꼽살, 두껍데기살이라고 불리는 부위로, 혼고기에서는 삼각형 모양이라 삼각살이라고 부른다. 껍데기에서 스지로 가기 직전. 옆구리랑 골반 사이 배꼽 사이다. 껍데기가 얆고 살과 껍데기 사이에 지방층이 얇게 포진해있다. 사장님은 갈치속젓을 추천. 껍질이 얇은데 먹을 때는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지방도 적당하고 적색육보다 백색육보다도 딱 중간 느낌이었다. 그 밸런스가 참 좋았다. 14. 갈매기살 - 배 샤베트 ㅇ 2부 2부에는 프랑스 게랑드소금. 여기선 다섯가지 종류의 목살을 맛보았다. 1. 첫번째 목살 - 살치살 육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사 부드럽다. 백육고기 같다. 2. 두번째 목살의 별미 기름맛이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다. 입안에서 기름기가 팡팡 터진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느껴진다. 3. 두번째목살 부드러우면서 육즙 팡팡 터진다. 백육하고 적육 중간 정도다. 3. 세번째 목살 이런 굽기 형태가 좋다. 첫줄삼겹 아랫살이랑 같은 방식으로 구웠다. 4. 네번째 목살 ★ (25번째사진) 다섯종류 목살 중 가장 목살다운 목살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기 식감이 탱글하고 육즙도 많고 육향도 좋다. 다른 부위들도 맛있었지만, 가장 목살다운 느낌이라 그런지 육즙도 육향도 식감도 지방도 밸런스가 너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5. 다섯번째 목살 신김치 굽고 갈치속젓 묻혀서 구웠다. 일단 구운김치가 너무 맛있고. 갈치속젓도 감칠맛 너무 맛난다. 6. 얇은 항정살 항정살을 고기 결대로 썰어서 구웠다. 구운 뒤 시어링. 항정살 특유의 쫄깃함이 느껴진다. 7. 통 항정살 ★ (27번째 사진) 설깃설깃한 식감이다. 육즙이 폭발하고 쫄깃함도 좋았지만 이런 맛도 처음이다. 새로우면서도 꽤 마음에 들었다. 8. 족발껍데기 9. 양념갈비 - 육즙 육질 살리고 앙념 살리려고 24시간만 양념 절이고 있다고 한다. 갈수록 배가 불러 섬세한 맛은 덜 느껴졌지만 이 또한 맛있었다. 내가 가장 맛있다고 느꼈던 건 1) 윗등심 2) 삼각살 3) 네번째목살 그리고 4) 통항정살이었다. 통상적으로 즐겨먹는 삼겹살도 맛있었지만, 다른데서도 느낄 수 있었던 맛잇는 맛이랄까. 이렇게 부위로 자세하게 나눠서 맛있다고 느낀건 이 부위들이었다. 장장 4시간에 가까운 코스였고, 다 먹고 집에 가니 정말 배가 너무 불러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돼지와 좀 더 친해진 기분이고, 돼지고기의 부위와 굽는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니, 정말 즐겁고 유익하고 맛있는 시간이었다. 혼고기를 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올해 연말까지는 이미 다 예약이 꽉차있다고 하니, 내년도 예약 오픈을 노려보기를 기원합니다. insta @yeh_rang #먹히영
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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