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강된장 같은 소고기 된장찌개가 맛있는 레트로'풍'이 아닌 세월이 묻어나는 노포. 을지로 다동무교동 먹자골목에는 허름한 외관의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간판의 글씨 중에서 숯불구이전문이라는 글씨는 이미 떨어져나가 희미해지고, '점심 소고기 된장찌게'(된장찌개가 바른 표현이다)라는 메뉴판에서 내공이 느껴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이곳 산불등심. ⠀ 이 작고 허름한 노포에는 코로나19가 무엇이냐고 비웃듯이 인산인해다. 점심에는 소고기 된장찌개를 찾는 사람으로 북적이고, 저녁이면 등심을 구워먹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 실내 벽지는 오랜 세월과 함께 누렇게 빛바랬으며, 손으로 써붙인 차림표는 정겹다 못해 시크함까지 느껴진다. 추울까봐 안에 기름넣는 난로가 위치해있고, 밥솥이며냉장고며 전부 내 나이만큼은,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나이 들었을지도 모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점심에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인원수에 맞게 소고기 된장찌개가 나온다. 이곳의 된장찌개는 마치 강된장 같은 비주얼이다. 국물이 자작한데 진하다. ⠀ 일단 한입 먹어본다. 오호라. 찐한데 인공적인 맛이 아니다. 간이 좀 세서 간간하지만, 맛있다. 매울줄 알았는데 맵지 않았다. ⠀ 같이 준 큰 대접에 밥 한공기와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을 넣고, 된장찌개를 잘 담아서 챱챱 비벼먹어봤다. 와우. 진짜 맛있다 >_< 안에 들어있는 두부랑 소고기는 몇시간을 푸욱 고와서 그런건지 이미 된장에 쩔어있는 느낌이다. 이런 두부 참 좋아한다. ⠀ 손님이 평소보다는 없어서인지 아님 된장찌개 건더기가 조금 약해서인지 고등어조림을 서비스로 주신다. 이 또한 된장이 맛있어서인지 아주 맛있다. 완전 밥도둑이 따로 없다. ⠀ 오랜 기간 사랑받는 집들은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위치가 좋다는 점도 있지만, 그 맛의 깊이와 한결같음이 느껴진다. 레트로풍이 유행하는 시기에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이곳은 많은 이들이 사랑할수밖에 없는 공간이란 생각이다. ⠀
산불등심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