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맛보는 파인다이닝인 트리드. 의외로 위치는 눈에 잘띄는 곳에 있어 찾기 쉬웠다. 들어가니 친절히 룸으로 안내해주시고, 손을 닦는 따뜻한 수건도 서빙해주셨다. 물을 정수, 미네랄워터, 탄산수로 따로 주문할 수 있게 해주신건 독특한 부분. 정해진 코스에 추가 금액을 내고 메뉴를 바꿀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리에이션이 3가지였고 3인으로 방문했기에 하나씩 해서 골고루 맛보기로 했다. 처음 나온건 트러플 슈. 트러플과 닮게 만든 외형의 쿠키에 트러플 크림을 가득 채워넣고 숲바닥처럼 꾸민 접시 위에 올려져 나왔다. 첫 인상을 강하게 남기려는 것인지 플레이팅부터 맛까지 인상적이었다. 특히 단순한 트러플오일향이 아닌, 복잡다양한 트러플의 향을 잘 살려낸것이 좋았다. 다만 코스의 시작을 트러플처럼 강한 향으로 때려버리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마무리 디저트로 나와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코스는 양파튀김, 생선뼈 콘소메젤리, 백김치 다진것을 들기름에 무쳐 전갱이 회로 감싼 것과 송고버섯 튀김에 은행과 가쓰오부시 소스를 끼얹은 것, 보타르가와 성게알 소스의 소고기 타르타르를 보리 새우칩에 얹어먹는 요리였다. 생선은 여러식감이 공존하는게 재밌었지만 들기름 향에 다른 재료들이 묻혀버리는 듯 했고, 타르타르 역시 성게알과 보리새우 맛이 너무 강해서 고기는 식감만 담당하는 것이 아쉬웠다. 버섯요리는 맛이 은은하고 튀겨진 버섯이 겉바속촉이라 고급진 탕수 같아 좋았다. 파스타는 만따까레가 잘 된 오일 스파게티니에 치즈와 염장계란, 민트와 오레가노를 활용한 살사베르데를 섞어먹기에 감칠맛이 가득한 접시였다. 다만 살사베르데를 강조한 것 치고는 맛이 강렬하지 않고 묵직해질 수 있는 오일파스타 뒷맛을 깔끔히 하는 정도여서 인상이 깊진 않았다. 메인은 투쁠한우에 치즈를 구워만든 소스와 감자퓨레와 잎새버섯,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어낸 것과 쯔란을 뿌린 양갈비에 민트소스, 구워낸 미니양배추와 보리&곤드레 곁들인 것, 돼지뼈등심과 시트러스 소스, 반건조 대저토마토와 볶은 유채나물을 얹은 요리들이 있었다. 돼지 뼈등심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잘 조리가 되어서 상큼한 소스와 잘 어울렸다. 곁들임도 고기를 잘 보좌해주는 느낌이라 남녀노소 좋아할듯한 요리. 양갈비는 음… 곤드레와 양갈비가 어울린다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었지만 민트와 쯔란은 매우 상반된 맛이라 굉장히 안어울렸다. 굳이 한 플레이트에 넣은 이유를 모르겠는 음식. 한우는 미디움으로 잘 익혀져 있었고, 그라노파다노 치즈를 구워 만들어냈다는 소스가 감명깊었다. 감자와 아스파라거스, 버섯은 전통의 스테이크 동반자니 뭐 따로 설명할 필요야. 이후 구운 마시멜로와 호두크럼블 위에 어떤 게임의 와플이 생각나는 버터스카치 아이스크림을 얹고 펜넬 잎을 곁들인 디저트와 차로 코스를 마무리했다. 아이스크림이 꽤나 묵직한 맛이고 어찌보면 유치할수도 있는 조합인데 펜넬 잎새가 포인트를 줘서 괜찮았다. 차는 타발론이라길래 기대했는데 종류에 홍차가 없고 다 티백으로 나와서 완전 실망….설명해주실 때 눈치챘어야했는데….그냥 커피가 나을 거 같다. 맛본 메뉴들이 많아 뭔가 리뷰가 장황해졌는데 사실 이렇게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그냥 ‘무난함’ 이란 단어 하나로 정리되는 식당인거 같다. 조리된 음식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꽤나 좋은 편이었지만, 실험적이거나 특이한 맛의 조합같은게 없고 그냥 적당히 검증된 맛을 때려박은 듯한, 음식에 대한 고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개성이 거세됬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트들이었다. 모 방송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법인카드용 식당이란 말이 잘 어울릴 듯 하다. 뭐 반대로 생각하면 어른들을 모시거나 실패해선 안될 자리에선 최적의 식당일 수도. 그래도 먹고 난 후에 가심비가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트리드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16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