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꼭대기에 있어 한번 방문하기도 쉽지않은 오랑오랑. 카페 내부 계단도 어마어마한 경사를 자랑해 다니기가 쉽지 않다. 가게이름을 오랑우탄에서 따와서 지은 것은 카페로 가는길도, 카페 내부에서도 오랑우탄처럼 두손까지 써서 다녀야 한다는 뜻일까? 이번 방문목적에 맞게 필터커피 4종류를 촤르륵 시켰다. 먼저 나온 2잔은 콜롬비아 카우카와 리치. 카우카는 살짝 무거우면서도 산미가 감도는 나쁘지 않은 맛. 다만 다음 커피가 너무 임팩트 있어 인상깊진 않았다. 리치는 무산소 발효답게 열대과일 향을 마시기 전부터 느낄 수 있었고, 복숭아 향도 강렬했다. 다만 가향한 원두 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인공적 향처럼 느껴지는 건 혀의 간사함일지도. 다음에 나온 브라질 원두는 굉장히 복잡한, 한약?생강?대추차?의 향이 복합적으로 났고 향이 코로 타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디카페인 원두는 살짝 산미가 있긴한데….원래도 디카페인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건 굉장히 불쾌한 끝맛이 나서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스모키를 잘 느낄 수 없었다. 위에 계단에 대해 좀 부정적으로 언급했지만 어찌보면 옛날 다락방의 감성을 살려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층고가 높아서 창문밖 풍경이 더 운치있기도 하고. 카페 분위기를 중시한다면 한번쯤 방문해볼만한 곳.
오랑오랑
서울 용산구 소월로20길 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