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타룬
추천해요
2년

리뷰 중 해리포터의 올리밴더 상점이 떠오른다는 글을 읽고 반드시 방문해야겠다라고 생각한 콘디토리오븐. 그러나 가격대가 이리도 사악할 줄이야! 이 군침이 도는 사악을 멸하기 위해 미래의 힘을 빌려오는 검(=신용카드)를 빼들었으나 남은 것은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아쉬움과 텅 빈 지갑 뿐이었으니, 오호통재라….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다음날 직접 수령하는 방식으로 구입. 개별 구입은 되지 않고 무조건 선물용세트로 같이 구입해야만 한다. 미니박스가 없는건 아니지만, 이건 5-6박스를 동시 구매해야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싸다. 픽업하는 오프매장 위치가 그리 접근성이 좋진 않아 서울에 사신다면 배달시키시는걸 추천. 암튼 땀흘리며 매장에 도착하자 마치 킹스맨의 양복매장이 생각나는, 굉장히 고급스런 매장이 눈앞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4줄로 늘어선 원색의 포장박스들이 위엄차게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 단순히 확인용 카카오 메세지나 영수증이 아니라 굳이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여 직원확인 후에 받을 수 있는 포장박스는 이런 절차가 까다로움이 아니라 철저함으로 보이게 하는 고급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원목도 아닌 합판 상자에 얇은 나무판을 껴놓은 거지만 디자인의 힘이랄까. 여기에 돈을 더 추가하면 선물용 종이가방에 넣어주시지만 그 가격이면 직접 포장하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라 패쓰. 빠르게 가방에 넣고 호다닥 나왔다. 상자를 열면 흑진주같이 새카맣게 빛나는 밤파운드가 들어 있다. 아래쪽엔 화이트초콜릿, 위쪽은 식용금으로 꾸며놓은 것이 참으로 꼿꼿한 밤의 모습. 집어들어 한입 베어물면 처음에는 카카오 폰당의 진하고 씁쓸한 단맛이 혀에 배어든다. 이윽고 알코올의 향취를 담은(아마도 럼시럽) 단 맛이 강렬하게 그 위를 덮고, 어떤 가공을 했을지 모를 밤의 단 맛이 품위있게 혀를 점령한다. 맛이 파도처럼 덮쳐오는 디저트가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다가오는 디저트도 있겠지요….. 놀라운 건 이토록 진하고 점층적인 맛을 지녔음에도 먹고 난 후에는 묻혀 사라지고, 뒷맛은 파도가 쓸고간 해변처럼 깔끔하다는 것. 하나 더를 외치는 욕망과 아쉬움만이 혀 위를 배회한다. 이럴려고 한남동에 다녀왔나 싶은 디저트. 그래도 부담스런 가격이라 선물이 아니면 만나볼 일이 드물 듯 하지만, 다시 한 번 이 밤파운드의 맛을 혀뿌리 깊은 곳에 빠뜨리고 싶다. 아무도 찾지 못할 홀로의 즐거움으로, 마침내. p.s. 디잘알 일행분의 말씀에 따르면 오히려 이 곳의 주력메뉴인 까눌레나 마들렌이었으면 아쉬웠을거라니, 여름철이라 까눌레를 피한 것이 정답이었다. 다행쓰…

콘디토리 오븐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13 수영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