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간다고 해놓고는 생각보다 먼 거리에 당황했던 스시코호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동시간을 충분히 투자할만한 스시야였다. 문 앞에서 살짝 대기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인테리어에 쉐프님쪽만 빛이 쏟아지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눈길이 가게 된다. 5명으로 예약되있어 이야기하기 편하도록 코너쪽 자리를 준비해주신 점이 좋았다. 첫요리는 스리나가시라는 일본식 스프. 풋콩을 갈아만들었다고 하셨고 위에는 새우튀김과 텐가스?(보다는 곡물튀김에 가까운 느낌의…), 밑에는 어묵을 깔아 차갑게 내주셨다. 여름에 맞게 시원한 요리로 바꿔보셨다는데 개인적으로는 또완무시보다 훨씬 개시 음식으로 어울린다고 생각. 다음은 와카메 샐러드? 다시마,미역등 해초에 잘게 칼집을 넣은 오이, 간 마, 연어알, 초당옥수수 주꾸미등을 올려 주셨는데 탱글거림과 끈적함, 쫄깃함, 아삭함의 다양한 식감이 재미졌다. 이제부터 스시의 향연!….은 아니고 사시미! 여름방어 끝철로 숙성 잿방어를 간장,우엉,된장등을 덖어 만든 토리미소와 소금과 함께 내어주셨다. 회에서 살짝 느껴지는 신맛과 살짝 씹이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토리미소는 이런 회에 살짝 묵직함을 더해주는 좋은 곁들임이었다. 다음은 스시겠지 했더니 전복찜과 게우소스에 적초 샤리를 같이 내주셔서 약간 해체된 스시같은 느낌의 접시를 내주셨다. 아는 맛이지만 게우소스가 고소하고 감칠맛 가득이라 그릇을 박박 긁어먹었습니다. 거기에 배삼치 구이를 내주셨는데 위에는 표고버섯가루소스, 밑에는 샤이쿄 백된장 소스를 깔아주셨다. 배삼치도 맛있게 잘 구워졌지만 소스들이 너무 맛있어서 묻혀버린 느낌. 버터 향이 강하게 나고(하지만 오직 크림만 쓰셨다고) 살짝 달달한게 박박 긁어먹은 접시 mk.2 동죽으로 끓인 맑은 국(스이모노)도 함께 나왔다. 주막조개와 죽순, 애호박가 들어있었고 잘게 썬 흰파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스시 먹기전 요리들의 여운을 씻어내기 좋았다. 그리고 마침내, 스시. 우선 참돔으로 시작하셨다. 3일 숙성해서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었다. 다만 안에 와사비가 살짝 과한 느낌이 있기도. 새빨간 아까미는 평소 먹어본 것과 다르게 상당히 부드러웠다. 아마 이것도 숙성을 하신듯. 청어는 다른 분들은 엄청 맛있다고 하셨는데 나에겐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냥 좀 더 기름지고 부드럽다? 주토로도 맛있긴했지만 크게 인상깊진 않았다. 와사비를 원하는 만큼 올려 먹으라 해주신건 좋았다. 삼치는 사과나무에 훈연하셨다고 했는데, 지금까지의 나온 코스들에 비해 갑자기 묵직하게 들어오는 느낌이라 좀….너무 강렬하다는 느낌. 그래서 다음에 나온 고등어봉초밥이 크게 기억에 남지 않은 것 같다. 고등어 초절임이 그리 강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 같고….그래서 김이랑 먹기는 좋았던 듯. 특이한 점은 박을 간장에 조려서 넣으셨다고 한다. 다음은 관자와 새우튀김이었다. 관자는 빵가루에, 새우는 옥수수 전분으로 카다이프에 말아 튀겼고 소스는 안키모를 활용해 만드셨다고. 관자부터 맛보는게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무난한 튀김요리. 튀김 소스를 먹다가 트러플 향이 확나서 소스에 트러플이 들어갔나 했는데 쉐프분께서 트러플 소금이 들어간 통을 여신거였다. 화이트 트러플 소금을 뿌린 광어. 보통 앞부분에 내는 흰살 생선을 이런식으로 후반쪽에 배치시키는 점이 새로웠다. 다음은 한치에 칼집을 잘게 내시고 유자제스트를 뿌려 입안을 리프레쉬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접시.유자 향이 꽤 강렬해서 전 코스와 비슷한 감상이었다. 그리고 대하를 쓴 새우초밥. 원래는 타이거새우를 쓰는데 대하철이라 흰다리새우를 쓰셨다고. 새우초밥은 언제나 상수는 해주니까. 새우 맛과 질감이 잘 살아 있었다. 단새우와 우니는 내 입맛이 그리 고급도 아니고 많이 먹어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맛있었다. 그리고 교쿠랑 후토마끼. 교쿠는 새우랑 마를 갈아서 구워내셨다는데 진짜 카스테라 같은 감촉에 달달해서 매우 맛있게 먹었다. 후토마끼도 속이 꽉차있고 다양한 맛이 나서 좋았는데 꼬투리를 너무 남기시는 거 같은게 아까웠습니다…ㅋㅋ 이렇게 주시고도 아직 부족했는지 장어도 주셨다. 엄청 진하진 않지만 부드럽게 입안에서 풀어졌다. 이제야 마무리로 간 마를 얹은 도로로 소바를 주셨다. 면은 신슈소바를 쓰셨고 국물엔 계피를 넣어 향을 내셨다고. 가쓰오부시 향과 계피향이 생각외로 잘 어울렸고, 신선한 토마토와 끈적한 마, 면이 섞이는게 재밌었다. 마지막 디저트로 시소셔벗을 내주셨는데, 시소 향은 거의 나지 않고 깔끔하게 코스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메뉴.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코스들을 내어주셨고,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떨어짐이 없는 굉장히 가성비 좋은 스시야. 특히 마나 박같이 일반적인 스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재료나 다양한 요리법을 접해볼 수 있던 좋은 스시야. 그리고 밑에는 사족인, 사소한 사사로운 의견들. 점심을 1,2부 나눠서 하시는 듯 했는데 한정된 시간내에 위에 언급한 모든 코스를 소화하려다보니 사이의 텀이 너무 빠르단 느낌. 먹고 일행이나 쉐프님이랑 몇마디 나누다보면 다음 코스가 이미 나와있고, 겨우 사진 찍고 맛을 생각해볼 틈새도 없이 다음 코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쉐프님의 설명도 상세하고 딕션이 명확하게 말씀해주셨지만 빠른 시간에 많은 내용을 말씀하시다보니 위의 상황과 겹쳐 기껏 해주신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함의 연속이었다. 물론 다른 일행분들은 빠르게 드셨던 걸 보면 그냥 페이스가 서로 맞지 않았을 수도. 그리고 이 집만의 대체불가능한 포인트가 없다는 것도 아쉬웠다. 스시야보다 요릿집을 추구한다는 말씀처럼 다채로운 일본 조리법을 활용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지만 특이하다 정도 인상. 스시도 서순이나 처리법 정도가 개성있다? 샤리가 부드럽게 풀어지는 건 좋았는데 스시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좀 과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와 별개로 디너엔 요리에 좀 더 집중한다고 해서 어떤게 나올지 궁금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보고 싶긴 하다.
스시 코호시
경기 화성시 동탄반석로 172 동탄 파라곤 2층 22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