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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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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한식주점들 속에 원래는 김치랑 곰탕을 위주로 한 식사를 팔다 전통주점으로 리뉴얼한 곳이라길래 궁금증이 생겨 방문해보았다. 음식 사진들만 봤을때는 전통적으로 앉은상에서 먹는 곳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모던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룸도 있어서 아는 사람끼리 조용히 먹기도 좋을 것 같았고….그런데 조명이 사진찍기에 너무 안좋았다. 한 곳에 빛이 집중되고 그림자가 너무 강해서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일단 한식술상을 주문하고 시향가라는 탁주를 주문. 위의 맑은 부분을 우선 맛보고 흔들어 먹으라고 알려주셨다. 토란 말린게 들어가 있다는데 별다르게 느껴지진 않았고 탄산이나 단 맛이 적고 깔끔한 느낌이라 개시주로 좋았다. 김치와 장아찌, 냉하동녹차밥이 나왔다. 열무김치는 평범한 느낌인데 복숭아겉절이가 와…. 복숭아의 아삭하면서 탱글한 식감, 단맛과 겉절이 양념이 매우 잘 어울렸다. 장아찌는 매실, 참외, 오이, 고추장 굴비가 나왔는데 청매실이 절임인데도 싱그러운 느낌이라 인상깊었다. 역시 우메보시는 나쁜 문명!! 고추장 굴비가 짭조름해서 술 안주로 괜찮았던듯. 냉녹차밥은 찬밥에 물말아 김치랑 먹는 느낌을 의도 하신듯 한데 얼음을 굳이 띄워주실 이유가…? 너무 차가워서 밥도 다 굳어있는 느낌이고 먹기도 불편했다. 이어서 모듬전이 나왔다. 보리새우전은 호박으로 부쳐낸 전 위에 마른 보리새우를 듬뿍 얹어 나왔다. 국에는 자주 쓰는 조합인데 이런 방식은 꽤 신선했다. 해물파전은 오징어가 많았고, 김치전은 얇은 고기가 올려져 있었다. 맛은 있는데….3명에 전을 이만큼만 주시는건 술안주로도 좀 적지 않나 싶습니다요…. 아! 양념장으로 주신 달래절임이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고갈비. 고등어를 토막쳐서 매실간장 양념을 얹고 방풍나물을 곁들였다. 간장양념은 맛있는데 고등어가 좀 메마른 느낌…? 제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살도 적고 가시 발라먹기 쉽지 않았다. 방풍나물의 씁쓸함은 요리와 잘 어울렸다. 술을 한병 더 주문. 석탄주래서 까만 술이라도 나오나 싶었는데 아까울 석에 삼킬 탄을 써서 삼키기 아까운 술이라는 뜻이라고 ㅋㅋ 부드럽고 단맛과 산미의 조화가 굉장히 좋아서 삼키기 아까울 뿐만 아니라 빈병을 보고 탄식하게 되는 술이었다. 모듬 해물은 문어, 소라, 갑오징어 숙회와 낙지 간장 볶음, 전복에 과일과 잣 소스를 얹은 것이 나왔다. 적어놓고 보니까 메뉴에 있던 무침의 병어회는 어디갔지…? 암튼 숙회들은 가운데 무침과 먹으면 맛있었습니다. 낙지간장볶음이 불맛이 살짝 나면서도 너무 질기지 않고 간장의 깊은 맛이 느껴져서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전복도 위에 얹은 소스가 상큼하면서도 크리미해서 무게감이 있었고 밑에 깔린 배랑 같이 먹는 것도 좋았습니다. 일행분이 복분자 술을 좋아하신대서 복단지라는 술을 시켜보았다. 사실 술이라기보단 주스같은 느낌인데 시중 복분자주보다는 단 맛이 적어서 나쁘지 않았다. 알콜 냄새를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아하실듯. 그리고 보쌈이 나왔는데 다른 리뷰에도 적어놓으셨듯 고기 양이 음…. 두점까진 아니더라도 고기가 많이 얇은 편이라는게 아쉬웠다. 이번엔 살짝 도수 있는 술을 마셔보자 하다가 추사 백이라는, 원래 오크 숙성하는 추사라는 술에서 숙성을 하지 않고 투명하게 나오는 술을 주문했다. 사과를 증류시켜 만든다는데 혀에 처음 닿으면 살짝 시트러스 느낌이 나긴한다. 그러다 곧 강렬하게 소주 맛이 덮쳐오는 느낌. 서비스로 장성만리라는 청주를 한잔씩 주셨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연꽃을 넣어 숙성하는 술이라고. 무난하게 산미가 적고 깔끔한 느낌. 또 서비스로 기지떡이라는 술떡과 인절미?시루떡?이 나왔는데 인절미가 참 맛있었다. 갓 한듯 따끈따끈하고 목구멍으로 쑥쑥 넘어간다. 그리고 고대하던 꽃게장 비빔밥! 꽃게장과 밥을 따로 가져오셔서 보여주신 뒤 식탁에서 바로 비벼주신다. 비리지도 않고 감칠맛이 폭발하는 비빔밥은 양이 적어서 한술한술이 더욱 귀중한 느낌이었다. 술이 남아서 단품 안주를 시킬까 했는데 메뉴 중 눈에 박히는 민어전은 지금은 안된다고 하셔서 고민하다 그냥 맡김차림에서 일인당 만원씩 더 내고 추가하는 회를 대신 주문했다. 방어랑 줄무늬 전갱이를 주셨는데 줄무늬 전갱이는 두 점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나는 가위바위보에서 패배했고….다른 분들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방어는 예전 스시야에서 먹은 것만은 못했지만 부드러웠고 간장의 감칠맛이 어느정도 보완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고도수 술을 좋아한다고 말한걸 기억하시고 죽향 골드라벨을 한잔씩 서비스로 주셨다. 전통 증류주는 아무래도 안동소주의 마이너체인지로 귀결되는 느낌이 있긴한데, 누룩향이 적어서 꽤 마시기 편했다. 전체적으로 볼땐 메뉴들이 무난무난하게 괜찮고, 몇몇 메뉴들, 특히 장류나 김치같은 발효식품을 활용하거나 곁들인 메뉴들이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따져볼땐 가격대에 비해 상당히 빈약하고, 양이 적다는 느낌. 한국적인 정서에 따져볼때 밑반찬에 해당되는 음식들이 코스로 포함되있어 더 그런 인상을 받은 걸지도. 그리고 안되거나 빠진 메뉴들에 대한 사전공지가 없다는 점, 샘플러나 코스 추가메뉴에 대해 1인 주문이 안되고 테이블 전체만 받는 것도 아쉬웠다. 뭔가 서비스가 좋은데 꽉잡혀있지 않다고 느꼈다. 뭔가 코스보다는 단품만 주문받아서 마실 수 있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은데….그래도 간장이나 김치는 따로 사가고싶을 정도의 식당. 팔아줬음 좋겠다.

디히랑

서울 강남구 언주로121길 4-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