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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추천해요

1년

독일 주택에서 홀로 맥주 두잔. 대학로에서 대기줄 길기로 유명한 듯한 독일주택을 벼르고벼르다 방문했다. 목요일 저녁이어서인지, 같은 사장님이 내신 수도원이 생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자리가 널널했다. 한옥을 개조해서 만들었기에 문을 들어서자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다만 바깥에는 직원분들이 안보여서 뻘줌하게 안쪽을 살펴보다가 바자리를 발견하고 착석. 같은 사장님이라서 그런지 메뉴판이나 좌석 분위기가 수도원과 매우 유사했다. 기본으로 주시는 안주인 프레첼도 같았고, 올드 라스푸틴을 드래프트로 제공하는 점도……대체 왜…!? 메뉴판을 좀더 탐색하다 ‘뱅어’라는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주문. 에스토니아 브루어리 포할라에서는 다양한 임페리얼 수타우트 라인업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 뱅어 시리즈(코코뱅어, 포레스트뱅어 등)의 원주라고 한다. 처음에는 진한 다크초콜릿 맛, 뒤이어서 살짝 바닐라 향이 나는가 싶더니 체리류의 붉은 과실맛이 덮쳐온다. 끝으로 미약하게 느껴지는 탄산감. 설명을 읽어보니 바닐라와 자두, 그리고 특이하게 하바네로 고추를 넣고 양조했다고 한다. 매운맛은 안 느껴지지만 그래서 끝맛이 깔끔한가 싶다. 천천히 즐기고 있자니 직원분께서 술과 잘 어울릴 것이라며 생초콜릿을 서비스로 주셨다. 안쪽엔 연태고량주를 넣었다고 하시는데 고량주의 향과 초콜릿맛이 굉장히 잘 어울려서 맛있었다. 물론 뱅어와도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다. 서비스도 얻어먹은 김에 특이한 맥주를 좀더 경험해보기로. 드래프트로 파시는 분 크릭 셀렉션을 주문했다. ‘벨기에쪽에서는 따로 효모를 넣고 양조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공기 중의 효모로 양조하는 맥주가 있다. 이걸 람빅이라고 하는데 그냥 먹기는 너무 드라이하고 신맛이 강해서 여기에 과일을 넣고 2차 발효를 한 프루트 람빅이 대중적. 그 중에서도 체리를 넣고 발효시킨 맥주를 크릭이라고 한다…..’ 라고 꺼라위키에서 읽었습니다 ㅋㅋ 이런 매니악한 맥주를 만드는 벨기에 브루어리 분은 크릭을 가당처리를 한 그냥 분 크릭과 좀더 원상태에 가까운 오드 분 크릭으로 나눠 파는데 맥주를 케그로 옮기면서 오드의 이름을 떼고 분 크릭 셀렉션이라고 명칭된다고. 옮기면 그대로가 아니라는 뜻인 듯 하다. 리터당 400그램의 체리를 넣은 만큼 그냥 체리를 먹는 듯한 향과 색에 단맛이나 탄산이 거의 없이 드라이하고 신맛이 강했다. 약간 맛이 비어있다는 느낌도 있는데 맛없다라는 것이 아닌 너무 묵직하지 않고 강한 향이나 산미에 지치지 않고 계속 마시게 해주는, 혀를 끌어당기는 비어있음이란 느낌. 소시지 플레이트가 유명하다고 듣긴했는데 수도원과 유사한 느낌이란 걸 생각하면 이 곳도 가격대비 적당한 맛있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맥주 소개문구들이 적당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복붙해온 듯 하고, 올드 라스푸틴 이슈라던가 해서 사장님이 식음료에는 적당히라는 느낌이긴 한데…….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맥주들을 마실 수 있다는 점에 가점을 주고 싶은 곳.

독일주택

서울 종로구 대명1길 16-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