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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추천해요
2년

예전부터 종종 올라오는 리뷰들을 읽으며 묘하게 인상깊어서 가보지도 않았지만 나자신에게 셀프추천하고 있던 반창고. 근처 온김에 모자란 술을 더하러 즉흥적으로 방문. 토요일 저녁 이태원이라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바 타임이 아니라 한자리 여유가 있었다.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바좌석과 좌악 늘어선 술 진열장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바들과는 다르게 뭔가 극장 조명처럼 좌석쪽에 강한 조명이 있는 것도 특이하단 느낌. 우선 김렛을 주문. 처음 가보는 바에선 먼저 김렛을 주문하는 편. 스터와 쉐이크를 둘다 써서 만드는 칵테일이라 바텐더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칵테일….이라고 주워듣기도 했고, 실제로 잘 만들어진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는 술이라서…. 주문을 하고나니 사장님이 오셔서 김렛에도 2가지 종류가 있어서 생라임즙을 쓴 것과 라임코디얼이라는 라임주스가 들어간 것 중 어떤 것이 좋으냐고 물어보셨다. 마셔보지 않은 쪽이 재밌을 것 같아 후자로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시킨 김렛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으니…. 뿌연 공기방울속에 진의 알콜 맛은 감춰지고, 라임과 합세한 쓴맛맛이 혀를 찔러대는 것이 그야말로 김렛(송곳)! …이긴 했는데 주스를 넣으면 오일리하다는 말씀답게 송곳에 기름이 발라진 느낌이라 날카로운 맛을 즐기고 싶었던 나에겐 미스초이스. 담에 오면 그냥 라임즙버전으로 마셔봐야겠다. 기본 안주로는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꿀이랑 허브를 뿌린 것이었다. 기본으로 주시는 것인데도 맛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게 다른 안주 메뉴들도 궁금해지는 맛. 이번엔 주문 못했는데 담엔 시켜봐야지…. 메뉴판을 뒤적이며 다음 칵테일을 탐색하다 눈에 들어온 아세닉 앤 올드레이스. 비소와 늙은 노파라는 뜻의, 동명의 영화에서 이름을 따온 이 칵테일은 실제로 색깔이 희미한 하늘색인게 미국에서 할머니들이 자주 입고 다니는 레이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한모금 입에 가져댔을 때 압생트와 진 향의 복잡한 콜라보가 마치 비소처럼 혀를 잠식해간다. 역시나, 독을 마시는 새가 가장 빠르게 나는 법이다. 단순하게 볼땐 마티니에 압생트를 섞은 맛인데 이정도라면 마티니도 기대해봄직하다. 홀로 바에서 보낸 시간이 좋긴했지만, 다음엔 여럿이서 안주도 시켜먹고 칵테일도 다양하게 즐겨보고 싶은 곳. 그리고 계산대쪽에 가져가라고 놔두신 오리너구리 스티커가 귀엽다. 방문하시면 챙겨오시길 추천!

반창고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20-1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