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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추천해요
2년

안주 하나하나가 술을 부르는….매우 매우 위험한 식당. 너무 위험해서 나만 알고 먹고싶은 이자카야. 처음에는 이름도 그렇고 일식에 프렌치 터치가 들어갔다고 해서 인덕상점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80도 다른 분위기의 음식들이라 살짝 당황. 생각해보니 애초에 거긴 와인바고 여긴 이자카야였지…. 전체적으로 초록초록하고 어두우면서 오픈된 분위기. 보통은 밖에 두시는데 부엌 쪽에 있는 수조가 독특했다. 우선 메뉴판에 있는 별표 음식을 다 시켜보기로 하고 차례대로 주문했다. 첨으로 나온건 숙성회 한 접시. 원래는 광어와 도미 또는 반반으로 선택해서 나오는 건데 방어를 서비스로 주셨다. 사실 이건 살짝 아쉬웠다.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해 적당히 숙성하신 듯 한데, 선어회스러운 감칠맛과 씹는 맛을 동시에, 그리고 제대로 지니고 있어서 혀 위에 무게감있게 감겼지만, 전문 스시야들보다 맛있냐고 하면 그 정도는 아니다? 방어도 완전 철은 아니여서 그런지 아직 먹을 때가 아니라는 느낌.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기억속 최고봉들과 비교할때 그렇다는 거고 술안주로는 충분하다. 소주와의 궁합도는 환상적. 다음은 참소라 아스파라거스. 화장실 다녀오느라 몰랐는데 만들고 보니 양이 너무 적어서 이것도 서비스로 주셨다고. 사장님 인심이 하해와도 같다. 불맛 제대로 나는 쫄깃한 소라와 아삭한 아스파라거스의 궁합이 굉장히 강렬하다. 위에 뿌린 핑크페퍼와 옆에 얹어두신 대왕 소라껍데기의 데코도 완벽. 그리고 얼큰 돼지탕면과 봉스파스타가 거의 동시에 서빙되었다. 돼지탕면은 일반적 술집을 생각하던 우리의 부정적 기대를 보기좋게 배신하고 건더기로 듬뿍 차있었다. 국물 맛이 탄멘과 짬뽕의 중간에서 잘 줄타기 하고 있다는 느낌. 처음에는 은은하다가 끝에 매운맛이 탁하고 치고올라온다. 봉스파스타는…무슨 흔하디 흔한 명란 크림파스타를 가게 이름까지 붙여서 팔지?라고 생각한 저를 반성하게 해주셨습니다…..엄청 진하고 꾸덕한 크림인데 입안에 맛이 퍼지기 시작할때쯤 갑자기 산미가 나면서 맛자체가 풍부해질뿐더러 느끼함을 싹 잡아준다. 농담이 아니고 어지간한 양식당 대표메뉴라 해도 될 정도. 그에 반해 돼지고기 가지튀김은 영….튀김옷 자체는 빠삭하니 괜찮았지만 돼지고기를 가지 안에 넣어서 튀기는 것도 아니고 약간 샌드위치마냥 나란히 놓은 모양새라 가지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 흐물흐물했다. 그래도 튀김옷을 보면 다른 튀김들은 괜찮을지도. 별표쳐진 메뉴 중에 빼먹은 걸 알고 수제차슈 가쿠니슬라이스를 추가로 주문. 와…이 메뉴도 히트다 히트! 두껍게 썰린 불맛 가득 차슈에 차가운 가쿠니 소스를 끼얹어 먹는 요리로 소주 주문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연겨자와 조합도 훌륭하다. 조림메뉴랑 연겨자는 잘 어울리는 듯. 물론 이때 저는 좀 맛이 가 있긴 했지만…일식과 중식 사이에서 포인트를 잘 잡은 메뉴. 그리고 다음에 시켰다는 우니와 활새우. 이 메뉴는 어떤지 몰?루. 왜냐면 그 전에 주겄기 때문이죠. 사진도 없고….밋업 중 맛탱이가 간 건 처음인데…다른 일행분들이 잘 적어주시길 바라며… 일행분이 감사하게도 스파클링 와인을 가져와주셨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인정할 정도로 소주킬러 메뉴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메뉴마다 고점과 저점 차이가 좀 있긴하지만 음식 장르 사이에서 중간 포인트를 잘 잡아내신 요리들을 내신다는 느낌. 어떤 때는 하나의 극한을 달리는 것보다 이런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장님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오마카세도 있다니 다음엔 그쪽으로…반드시 재방문할 생각. p.s. 화장실이 키를 가지고 엘베타고 올라가야되서 좀 불편하다. 참고하시길.

봉쥬르 스고이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