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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추천해요

1년

늦었다 늦었어! 디저트 퀸께서 잡아주신 예약을 시계를 확인해볼 필요도 없이 지각해버렸지만, 죄책감은 토끼굴 같이 깊운 매력 속에 빠져 꺼내볼 틈새도 없게하는 플레이트들을 체험하고 왔다. 허겁지겁 자리에 앉자마자 내어주신 첫번째 코스는 팔각 사과 그라니타에 샐러리 피클과 골든 키위 소르베를 얹었다. 다양한 산미가 입안에서 좌충우돌 코커스 경기마냥 뛰어다니는게 입맛을 돋구는 처음으로 아주 적합하다. 다만 팔각은 잘 모르겠고(알 정도로 티가 나면 그것대로 이상하겠지만) 그라니타다 보니까 빠르게 먹으니 찡한 두통이 왔다…ㅎ 두번째는 크림 위에 사워크림소르베가 얹혀진 플레이트. 크림 속에는 하트병정같은 석류와 가나슈가 숨겨져 있다. 위에 뿌려진 다크 초콜렛은 가나슈에 혀가 너무 놀라지 않도록 미리 예고해주는 역할이라고 하셨다 ㅋㅋ 사워크림소르베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비슷할거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딱 그정도. 석류의 식감과 맛이 꽤나 튀어나와서 전체적인 디저트 인상이 그쪽으로 칠해지는 듯하다. 다음으론 가장 궁금했던 칠리 가나슈! 생각이상으로 매운 맛들이 보팔 소드마냥 혀를 쿡쿡 쑤셔댄다. 거기에 더해진 생강 크럼블은 재버워크마냥 입안을 할퀴어대는 느낌. 그런데 굉장히 매력있다. 가나슈가 꽤 꾸덕진 맛인데 위에 뿌려진 오렌지 필링과 소렐로 깔끔히 마무리되는 구성. 옆에 계신 아주머니들도 이 플레이트에 대한 반응이 제일 좋으셨던 것 같은데 단 걸 잘 못드시는 분들에게 인기가 있을 듯. 마지막으로 구운딸기와 생딸기들 위에 치즈크림과 라임소르베를 얹어주셨다. 굉장히 무난하고 정석적인 맛이라서 오히려 당황스러운 접시. mad tea party에선 정상적인 사람이 이상한 취급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구운 딸기의 향과 맛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코스를 마무리…할리가 없지! 2개를 더 시켜서 셀프 6코스로 커스터마이징 해보았다. 우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고수파블로바를 주문. 바삭하게 구워진 머랭 안에 구운사과와 크림, 위에는 고수아이스크림을 얹었다. 새하얗고 둥근 걸 담벼락에 떨어뜨린 것 마냥 박살내서 고수 아이스크림과 먹으면 very merry unbirthday를 기념하며 먹고 싶은 맛. 고수를 드실 줄 아시는 분들이면 그렇게 고수 향이 강하다고 느끼지는 않을 듯. 구운 사과는 구운 딸기랑 비슷했다. 사장님께서 과일 구운 맛을 좋아하신다고한다. 맛은 강렬해지는데 과실 자체의 개성은 좀 죽는 감이 있었다. 찐막으로 발사믹식초가 들어간 밤페이스트에 사워도우아이스크림을 얹은 플레이트. 페이스트는 밤 맛과 발사믹 맛이 양쪽으로 찐하게 나는데 사워도우 아이스크림은 이건 빵도 아니고 크림도 아니여~라는 느낌. 어중간하다는게 아니라 사워도우 맛도 나면서 아이스크림이기도 한, 양쪽의 개성이 확실히 살아있어 어느쪽으로 해야될지 모르겠는게 모조거북 같다. 하지만 그래서 가장 맘에 들었던 플레이트. 사실 앨프의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었지만 재방문할 모티베이션 정도는 남겨둬야할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기로. 이 이상 먹으면 사장님이 어떤 눈으로 보실지 걱정이 되기도 했고…ㅋㅋㅋ 커피랑 케이크를 부수러, 특히 피스타치오 케이크를 먹으러 반드시 다시 오리라….

앨리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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