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깊숙히 있는 개성철렵. 얘기가 한번씩 들려오길래 밋업에 깍두기로 참석해보았다. 추운 날씨에 생각보다 오래 걸어야해서 괜한 보상심리로 기대감 증폭. 하지만 그 기대에 얼추 호응해주는 좋은 식당이었다. 들어가니 한적한 홀에 앉아계시던 이모님이 룸으로 안내해주셨다. 친절하게…라기보단 약간 손님의 주문이나 질문이 귀찮다? 불편하다?라는 느낌. 그래도 뭐 서비스에 문제는 없었다. 개성철렵국과 제육전유어, 고수무침과 비빔밥을 주문. 기본찬으로 주신 김치와 멸치, 나물 모두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제육전유어는 북어전유어보다 싸서 뭐지…싶었는데 나온 모양새를 보니 그럴만했다. 얇은 밀가루전에 대패삼겹살을 올려내 구워냈는데 솔직히 식당와서 먹을 메뉴는 아닌 듯한…같이 주신 간장이 더 맛있지 않았나싶다. 벡세주 하이볼은 얼음을 인심가득히 담아주셔서 먹기 불편했다. 그걸 제외하면 깔끔하게 백세주 맛이 표현된 하이볼. 좀 비싼감은 있었다. 고수무침은 어린 순을 쓰셨는지 고수향이 그리 강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고기랑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렵국에 곁들어먹어도 굳. 철렵국은 확실히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한국음식이랄까. 칼칼한데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한 매운맛. 여러 육수가 혼합된 중에 강조된 어육수의 맛과 함께 씹히는 돼지와 소고기의 질깃한 식감이 묘하다. 밥을 하나 시켜 말아먹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여기는 dmz어쩌구 쌀을 써서 국룰의 두배 값을 받는게 좀 그랬다. 적당히 비빔밥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고사리등의 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청포묵과 채소를 올려낸 비빔밥은 생각외로 매운 맛이 탁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긴 한데, 이게 오히려 굉장히 정갈한 아우라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신기방기. 쌀도 비싼 걸 쓰시는만큼 맛은 있다. 그것보다 맛있는건 같이 나온 북어국! 일반적인 북어랑 달리 적당히 단단하게 씹히는 질감과 거기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칠맛이 한계를 뛰어넘은 경지 랄까…북어전유어가 있는 이유, 고기보다 비싼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건더기를 대충 건져먹고 칼국수를 추가 주문해서 넣어먹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국물이 꾸덕해져서 이제야 좀 어죽같은 느낌. 이 나름의 맛이 있다. 위치만 좀 가까웠다면 부모님을 오시고 싶었던 곳. 우리 가족 입맛이랑 굉장히 잘 맞을 것 같고, 전반적으로 어르신들이 좋아하실만한 곳이라 친척 모임하기도 좋을만한 식당이다.
개성철렵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4-2 RH타운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