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의 금빛섬광께서 빈자리가 났다고 알려주셔서…원래 오마카세는 있으면 먹고 아님 말고였지만 뭔가 그때 따라 땡기기도 했고 당시에 뭔가 주변에서 언급도 많이 되고 있어서…운명의 데스티니를 느끼며 스리슬쩍 방문. 위치가 좀 애매하고 티안나게 외부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찾는데 헤맸다. 다행히 입장시간에 늦지않게 도착. 들어가서 앉으면 따라주시는 차가 온도감이 딱 적당해 좋았다. 개인별로 우엉생강절임을 김치처럼 먹으라고 주셨는데 어쩐지 동백이 떠오르는 모양새. 맛도 충격도 그보단 덜했다. 우선 차완무시부터 스타트. 새우랑 표고등이 들어가있고 찹쌀튀김이 얹어있는 스탠다드한 계란찜. 맛도 많이 먹어본 듯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느낌. 은은한 감칠맛은 가쓰오부시육수겠지? 실치회에 간장을 끼얹어 쪽파와 생강을 올려내셨다. 국수처럼 후륵 먹으라고 하셨는데 입안에 넣자 굉장한 산미가 훅 치고 들어온다. 시트러스계열보다는 초 느낌. 다음으론 참돔 안키모 쌈. 보통은 광어에 이렇게 해주시는 것 같던데 돔이라니… 생선살이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듯한 독특한 식감. 안키모의 부드러움과 잘 어울린다. 사진을 깜빡한 삼치. 겨자가 살짝 들어간 양파소스를 곁들여내셨다. 이제부턴 스시 시작! 처음은 광어에 라임즙과 소금을 올려주셨다. 샤리가 좀더 단단한게 내 취향이지만 이정도도 나쁘지 않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쪽파가 들어간 도미. 숙성방법이 다른 걸까? 네타들이 투명하게 탱글탱글하다라는 느낌. 굉장히 맑은 느낌의 식감은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함일테다. 농어는 지중해 출신으로 껍질을 살짝 태닝했다. 우효~ 태닝농어는 못참지 wwww 중간에 나온 미소장국은 홍합국물을 베이스로 끓여내셨다고. 미소의 단 맛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홍합의 감칠맛이 잘 녹아있는 된장국이었다. 가리비 완자에 우니 크림소스를 얹어 김에 싸낸 초밥. 별다른 임팩트는 없었던 듯. 아까미도 여기 스타일로 잘 숙성됐지만 다른 곳과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려웠다. 참치 뱃살은 위에 올려진 소금이 바작바작 씹히는게 키포인트! 뱃살 기름기를 잘 뒷받침해준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한치 우메보시. 바로 미쳤다라고 메모해놓고 프사로도 해놨었는데 위에 뿌려진 유자 제스트가 먼저 입안에서 치고 올라오면 뒤이어서 우메보시의 시큼한 감칠맛이 따라오면서… 한치의 식감은 거들 뿐. 전복에 게우소스. 보통은 여기서 끝나지만 이 곳은 밥도 같이 주시는 맛잘알들이시다. 전복은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 소스에 밥을 비벼 먹으면 진한 맛이 혀를 덥친다. 단새우는 와사비가 꽤 강하게 치고왔다. 새우는 항상 체고니까 뭐 ㅋㅋ 마늘소스에 재운 잿방어. 동탄에서 비슷한걸 먹어봤는데 한 술 더 떠서 트러플도 얹었다. 이게 어울려? 싶은데 강한 향끼리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다. 거기에 단언컨데, 이 잿방어는 내 목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살아숨쉬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리도 펄떡대는 근육의 움직임이라니…대체 숙성 중에 무슨 짓을 한거야!! 전갱이에 생강. 전갱이가 철인 날이었지만 우째…그냥 취향이 아닌 생선. 달마새우와 안키모를 김에 싸서 한입. 은은한 게맛이 나는 새우라는데 잘 모르겠고 그냥 머리가 빙빙 도는 맛. 황홀하다. 양파를 다지고 양송이 크림과 함께 튀겨낸 고로케는 맛있지만 여기가 튀김 전문점은 아님을 살짝 느낄 수 있다. 청어에 실파 페이스트를 얹은 초밥은 가시가 살짝 느껴져서 거슬렸다. 등푸른 생선이랑 잘 안 맞나? 비빔밥?지라시스시는 어디 등살이랑 아까미랑 계란을 넣고 갓절임을 살짝 얹었다. 갓이 튀지 않지고 잘 어우러진다. 아나고는 소금구이로 주셨는데 기름지기보다는 생선구이 느낌의 바작함과 약간의 뻑뻑함이 있다. 올려주신 다음 가시를 발견해서 빼는 모습도 그렇고 좀 아쉬웠던 피스. 처음 먹는 청어소바. 소바는 소바 전문점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는 쌀 젤라또에 바삭한 메밀이 뿌려져 있다. 여기에 카스테라같은 교꾸를 곁들여 먹으면 완벽. 앞선 코스의 아쉬움이 녹아내린다. 일식을 제일 맛있게 먹은 곳이 수원의 그곳인데 여러모로 비견될만한 스시야. 셰프님께서 굉장히 활발하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며 피스를 내주셔서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던 듯. 첫 방문이란걸 알아보시고 다음에도 들려달라고 하셨는데…저도 할수만 있으면 디너로 와서 사케 페어링까지 끝장나게 해보고 싶어요… 매달 1일만 기다리고 실망하고… 하지만 중요한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 믿으며…다음 달의 나…화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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