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부방이자 방앗간이자 단골 카페 겸 바. 예쁜 디저트로 눈을, 흘러나오는 재즈에 귀를, 커피 향에 코를, 사장님과 수다로 입을 채우는 오감만족 멋진 공간. 달에 한번씩은 가는 카페. 사실 냉청하게 따져보자면 드립도 더 뛰어난 곳이 많고, 논카페도 더 좋은 곳이 많고, 디저트는 말할 필요가….흠흠! 다음 방문때 사장님 얼굴 보기가 무서운걸….하지만 이런 무난함이 좋은 카페.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갈때마다 서너시간씩 있고 두어잔씩 마시고 온다. 직접 로스팅하지는 않으시지만 그만큼 여러 로스터리를 돌아다니며 원두를 마셔보시고 가져오시는지라 리스트 갱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드립도 약간 손님 취향에 맞춰서 해주시려고 노력하신다. 정 아니다 싶으면 양해를 구한 뒤 버리시고(!) 다시 해주시는 모습이 참…많이 팔아드려야지. 그외 음료나 디저트도 계절별로 바뀌는 편. 요즘은 더우니까 레몬 셔벗을 올린, 약간 그라니따 스타일의 레몬주스가 아주 기가 막히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는 오레그랏세와 아이스크림 커피는 사실 꽤 전형적인 아인슈페너와 아포가토의 변종. 하지만 설탕과 우유를 졸여내 만든 흐르듯 부드러운 단맛과 그래놀라 아이스크림, 커피샷의 황금밸런스는 여기만의 유니크함이다. 디저트는 일단 기본적으로 티라미수. 그때 그때 크림을 치고(…) 레이디핑거에 커피를 적셔 내는데 사실 저는 하루 묵힌 티라미수를 더 좋아해요…금방 한건 시트가 좀 딱딱해…하지만 사장님의 노력점수가 들어가있다. 시기를 놓쳐 못 먹은, 직접 까서 만드신 밤졸임대신 나온 건 테린. 치즈와 초코 두가지가 있고, 이 가격에 아이스크림까지 얹어 주신다. 많이 팔아드려야지2…. 이외에도 다른 디저트들을 많이 연구중이시다. 가끔 맛보는데 정식출시가 기대된다. 메뉴 설명을 장황히 했지만 결국 이 곳의 최대 강점은 공간. 높은 층고와 입구에서 떨어지는 햇빛, 드넓은 바와 의자, 안쪽에 비치된 소파와 그 앞에 꾸며진 거대한 거울 등등… 사장님이 휴일날 와서 음악틀고 하루종일 앉아있었다고 하시는 본인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낸 곳이다. 네다섯시간씩 앉아있을 수 있는 이유. 토막지식으로 카페레프라는 건 북유럽쪽 커피 모임 문화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여기 자체는 일본식 카페에 가깝다고 담담히 말씀하신다. 드립을 하는데 열 내봤자 손해시라면서 진심을 다해 임하시고, 디저트는 싫어하시지만 메뉴개발엔 최선을 다하시는 사장님의 묘한 매력을 빼다 박은, 카페레프에 어서오세요.
카페 레프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4길 25 1층 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