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평점도 그저그래서 큰 흥미는 없었지만, 또 곧 폐업한다는 소식이 있길래…그냥 그거 하나 듣고 찾아간 라그랑자트. 오픈 30분 전부터 줄은 까마득히 길고, 기껏 잡은 약속은 파토났지만, 가는 인연이 있으면 오는 인연도 있는 법. 우연찮게 만난 에인절 두분 덕에 타오르던 한낮의 웨이팅 시간도 사소한 트러블도 즐겁게 흘려보낼 수 있었다. 줄이 줄어들때마다 들려오는 품절 소식에 가슴졸이며 겨우 건져온 파블로바와 휘낭시에 몇종. 소중히 품고 근처 카페로 달려가서 맛보았다. 같이 대기하시는 분이 말씀하신대로, 뿔떼안경 끼고 어디 패션디자이너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기품있는 모습의 사장님을 꼭 닮음, 그런 디저트였다. 파블로바 프랜치 머랭 굽기도 딱 좋구…패션후르츠와 망고, 라임의 각각 다른 시트러스함이 수채화 겹칠하듯 퍼져나가는게 정말 우아하고 섬세했다. 괜히 뒷사람 배려한다고 한개만 사온게 너무 후회됐다…. 휘낭시에도 글라사쥬가 아주 얇고 멋지게 되어 있었고 들어간 재료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 왜 이런 샵을 끝자락에서 만났는가…아님 옷자락이라도 스쳐본 것에 감사해야하는가… 사장님이 푹 쉬시다 돌아오시면, 그땐 놓치지 않을거에요…
라그랑자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2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