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접시에는 도구가 없었다. 팜 투 테이블이 뭡니까? 이게 팜 투 테이블입니다. 밭에서 뽑아서 님 접시에 올려드려요. 일반 식당이라면 팜투테이블의 효능이라고 큰 종이에다 인쇄해서 벽에 붙여 놓았을텐데. 언뜻 봐서는 씻어서 바로 올린 것 같은 귀여운 무우를 뿌리부터 이파리까지 통째로 곱게 담아서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 다음 접시에는 스푼이 나왔다. 조금 아쉬울 뻔 했는데 같이 마실 와인이 함께 나와서 정신을 차렸다. 여긴 팜이 아니야! 테이블이야! 뿌리를 숫가락으로 씹어먹고 꽃잎을 포크로 떠먹고 버섯을 젓가락으로 찢어 먹는 와중에 소믈리에 선생은 와인잔에 마법을 부렸다. 한 명은 일반 코스, 한 명은 베지테리언 코스로 주문 했더니 와인 페어링도 두 가지로 나왔다. 재료를 하나만 먹고 두 개 씩 모아 먹고 한꺼번에 다 먹고 그걸 또 와인이랑 하나씩 맞춰보고 둘이서 바꿔서 먹어보고 하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더니 다른 손님들이 다 나가는 줄도 몰랐다. 파인다이닝에서 가성비가 느껴졌다면 이상한가요. 하지만 여긴 갓성비인데요.
기가스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효림빌딩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