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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민
3.5
10일

마드리드 타코집. 시내에 몇 군데 있습니다. 해외에서 타코를 먹을 때, 특히 뉴욕에서 잘 한다는 타코집에 갔을 때 생각했어요. 이들이 갖고 있는 타코의 지향점은 나랑은 다르구나. 저와 제 반려인간이 갖고 있는 타코의 지향점은 순대국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냄새나고 맛없는 돼지 부속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는 노력은 부속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는 때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살코기를 먹을 수 있는데 부속을 왜 먹냐", "먹다 보니 부속고기가 맛있다" 둘 다 맞는 방향이겠지만 아무래도 다양성이 주는 재미를 쫓는 여행을 하다 보면 부속고기를 더 생각하게 되네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개인적이고 편협한 의견입니다만, 부속고기 먹을 줄 모르는 문화권에서는 맛있는 타코를 만들 가능성이 낮다 이겁니다. 뭐 피쉬타코는 잘 만들 수도 있을텐데, 피쉬버거도 버거인가요?(맥도날드 필레오피시 매우 좋아함) 그런 맥락에서, 내장이나 귀 같은 걸 잘 먹는 스페인 문화권의 타코집이 궁금해서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Takos al Pastor를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실패했어요. 뻥 안 치고 진짜 줄이 100미터 있더라구요. 영업종료 1시간 전 인데 줄이 100미터 있어요. 아쉬운데로 근처 다른 가게인 여기로 왔습니다만 여기도 뭐 그럭저럭 잘 하네요. 쓰고 보니 식당 리뷰에 식당 얘기는 거의 없고 쓸데없는 얘기만 많이 했네요. 오랜만에 혼자 지하철을 탔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LA다저스에서 근무 하던 국민학교 2학년 때 얘긴데요. 일기를 매일 썼어야 했는데, 일기에 쓸 말이 정말 없더랍니다. 요즘처럼 회고가 일반화되고 회고 프레임도 있고 그러던 시절이면 쓸 말이 좀 있었을텐데 그 때는 어른들도 회고를 안 하는 날이었죠. 여튼 그래서 할 말이 없으니까, 날씨를 쪼끔 길게 쓰기 시작했어요. 날씨를 그냥 "맑음" 이라고 쓰지 않고 "오늘은 날씨가 아주 맑아서 기분이 참 좋았다" 이런 식으로 썼더니, 무려 일기를 한 줄이나 덜 써도 되는겁니다. 그렇게 날씨 얘기를 조금 길게 하기 시작했더니 날씨 얘기는 좀 할만 하더라구요. 그게 6학년쯤 되니까 이제 일기장 25줄에 날씨 얘기만 한 15줄정도 쓰고 정작 오늘 있었던 일은 한 5줄 쓰게 됐어요. 제가 지금 대충 35학년 쯤 됐으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EL REY DE LOS TA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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