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 10석 가량의 작은 스시야. 남구로역 근처, 정말 신기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다재다능한 오너셰프의 솜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첫번째 사진은 젠사이. 스시와 사시미 코스에 동일하게 제공되는데, 처음 갔을 때 이걸 보고 반했던 기억이. 철마다 구성이 바뀌는 한입거리의 요리들이 다채롭다. 자라 알, 시소에 절인 해파리, 레몬과 꿀을 넣어 졸인 고구마, 가늘게 채쳐 튀긴 우엉, 다진 새우살로 만든 완자 등등등 사시미는 순서 상관없이 기억나는 대로 읊자면 금태, 광어, 성게, 한치, 시메사바, 주도로, 줄무늬전갱이, 전갱이, 갈치, 단새우 외에 두 가지쯤 더 나온 듯하다. 이날의 베스트는 금태였는데, 껍질 쪽만 살짝 아부리해서 껍질 아래의 젤라틴과 지방을 녹여냈다.. 숙성이 잘 된 대광어도 소금을 살짝 곁들여 먹으니 단맛이 잘 살아나서 좋았고. (생선 이름을 잊어버린;;)소금구이와 전갱이 된장구이가 맛있었고, 브로콜리와 함께 나온 농어찜은 좀 많이 익었다는 느낌. 대게 다리 튀김, 문어 초회, 우동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오늘의 디저트는 무려 성게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우니를 넣고 만든 아이스크림 위에 굵은 소금을 살짝 뿌린 우니 한 점이 올라가 있었다. 성게의 강렬한 맛이 유지방이 풍부한 아이스크림과 의외로 잘 어울렸다. 소금의 역할도 절묘했고. 다소 과식했는데 디저트가 무척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해주었다. 자라로 낸 국물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 맑은 국물인데, 한 입 머금어 보면 두툼한 감칠맛 위로 기분좋은 흙내음이 아주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스시보다는 사시미 코스를 권하고 싶은데 스시 코스가 저렴하긴 하지만(점심 4.4 / 저녁 5.5)사실상 1인 시스템이다보니 샤리가 아쉽다. 반면 사시미 코스는 애매해보이는 가격대를 훨씬 뛰어넘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오직 이 가게 방문을 위해 찾아가야 하는 위치임에도 추천할만 하다.
정준호 스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23길 54 세종빌딩 지하1층 B1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