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콩카인과도 같은 콩국수계의 베지밀” 한여름에 죽는다고 가정하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콩국수를 고르겠다. 다소 극단적인 예찬이지만 그만큼 콩국수는 여름이 반가운 유일한 이유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콩국수를 맛보러 찾은 청구역 인근의 홍탁집. 저녁에는 홍탁을, 낮에는 국수를 내는데 노부부 두 분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라 저녁은 한 팀만 받는다고 한다.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 2시경 찾았지만 일본인 손님들을 비롯해 점차 발길이 이어져 나갈 때는 콩물이 소진돼 콩국수 판매가 마감됐다. 마치 입을 맞춘 듯 모두들 콩국수만 주문했다. 콩국수 가격은 9천 원으로 평양냉면 못지않게 가격 인상이 가파른 점을 감안하면 참 착했다. 전라도 분인 듯한 노부부께서는 콩물을 갈아내느라 분주한 와중에도 정겹고 친절하셨다. 여덟 명 남짓이 철제 탁상에 둘러앉아 있자 오랜 기다림 끝에 콩국수가 한 번에 나왔다. 콩물은 또르륵 떨어지는 질감으로 서리태 콩가루가 듬뿍 얹힌 채 그릇에 부드럽게 일렁였다. 콩가루를 풀고 면을 들어 올리자 묽으면서도 농도감이 있는 콩물이 진득하게 따라붙었다. 샛노란 중면은 콩물을 충분히 머금고 적당한 탄력을 유지해 자연스레 여러 번 씹게 만들었다. 깨의 고소함 위로 콩가루의 은은한 단맛이 겹쳐져 마치 베지밀 두유를 마시는 듯 친숙했다. 얇게 채 썬 오이는 시원한 향과 식감을 더했고 아삭한 열무김치 또한 콩물을 잘 받쳐줬다. 콩물을 싹 비우고 나니 고단백의 묵직함에 머리가 띵하면서 배도 정말 불렀다. 장마가 걷히고 시작된 한여름 한가운데서 잠시 도취감을 얻은 이른바 ‘콩카인’과도 같은 한 그릇이었다.
홍탁 목포집
서울 중구 청구로 86-1 1층
쁜지 @punzis
오 완전 전남 쪽 시장이나 분식집 스타일 이군요. 서울에서 이런 콩국수는 처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