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여길 올 생각은 없었는데, 자전거 타고 살살 돌다가 구디 온 김에 오랜만에 와 봤습니다. 한참 잘나갈 때에는 만원대 초밥으로 20대에겐 꽤 힙한 가게였죠. 지점도 엄청 늘어났었고요. 그 시절 이 집이 먹혔던 건 결국 만원대에서 꽤 괜찮은 참치를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왕 온 김에 진초밥으로 먹어봤는데, 막상 지금 다시 보니 구성이나 비주얼은 확실히 평이합니다. 예전엔 이게 꽤 그럴듯해 보였나 싶기도 하고요. 저도 20대엔 다들 힙하다 하니 그런가 보다 했지, 초밥 비주얼 자체가 아주 좋다는 생각까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말 많던 샤리는 지금도 여전히 달달한 편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손만 대면 허물어질 정도는 아니고, 지금은 살짝 더 힘 있게 잡아줘서 손에 밥알이 좀 묻는 정도로 버텨줍니다. 그래도 입에 넣으면 확 풀어지는 그 느낌은 여전하네요. 진작 이 정도만 잡아줬어도 덜 욕먹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치는 썰어놓은 모양만 보면 약간 갸웃하게 되는데, 막상 먹어보면 이 가격대에서 꽤 괜찮습니다. 기름이 과하게 남지 않고, 너무 뭉개지지도 않습니다. 숙성을 많이 해서 흐물한 쪽으로 갔는데, 그 상태의 생선을 얇게 썰어내는 건 나름 기술이 필요해 보이더군요. 연어는 요즘 유행하는 선명한 타입과는 좀 결이 다릅니다. 그래도 충분히 괜찮았고, 장어는 오히려 이런 옛날 스타일이 더 낫다 싶었습니다. 판초밥집 장어는 딱 이 정도만 해줘도 좋겠다는 생각. 다만 제 입맛에는 새우장 초밥은 끝내 잘 모르겠습니다. 이날 제일 좋았던 건 광어였습니다. 이건 어디 내놔도 안 빠질 광어더군요. 연어 2피스 줄 거 광어 3피스 줬으면 싶을 정도. 서비스 우동은 말 그대로 서비스 우동이지만, 기름기 있고 숙성 많이 된 참치나 연어 사이사이에 뜨끈한 국물로 한 번씩 정리해주기엔 딱 좋았습니다. 결국 지금의 은행골은 예전처럼 압도적으로 힙한 집이라기보다, 오래된 스타일이 아직 꽤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는 집에 가깝습니다. 달달한 샤리 취향만 맞으면, 구디에서 무난하게 한 판 먹기엔 아직도 나쁘지 않네요.
은행골
서울 관악구 조원로 10-1 1층
Luscious.K @marious
여긴 다 좋은데 조금만 덜 달면 좋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