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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박사

추천해요

1년

#첫줄 혜화칼국수를 처음 갔던 게 대학 때 연극하던 형들과 함께였는지 한예종의 연출과 교수님과 함께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십대 극초반의 어설픈 아해들이 문지방 넘듯 들락거리는 곳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잔상이 정확하다는 전제 하에, 혜화칼국수에서 우리 테이블이 십여 병의 ‘두꺼비’랑 문어 한 접시, 칼국수 몇 그릇을 앞에 두고 나눴던 ‘고담준론’들은 스타니슬랍스키의 신체훈련론부터 시덥잖은 학교의 ‘누가 누구랑 사귀었다가 얼마 만에 헤어졌더라’하는 가쉽들, 대학로 최고 스타가 ’장진‘이냐 아니냐, ‘지하철1호선’은 대체 언제까지 연장공연일까 등등 뭐 그런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십수년만에 찾아간 혜화칼국수. 외양은 뭐 여전한데 내부가 싹 깔끔해지고 온돌식에서 테이블로 싹 갈렸다. 뜨끈한 온돌바닥에 방석 깔고 소주병 나뒹굴며 젓가락으로 밥상 두들기던 맛은 이제 못 누리는 건가 싶어 씁쓸히 웃었다. 성북, 종로에는 수육, 문어, 생선튀김, 그리고 안동 풍의 손칼국수를 내는 명점들이 많다. 이쪽 오래 다닌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최애집이 하나씩 있을 정도다. 나는 간송 앞 <손국수집>을 사랑해 마지 않지만 대학로 그리운 마음에 이 집도 좋아한다. 좋아한다면서 왤케 오랜만에 왔냐면 할 말 없지만 그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안 까먹다가 그래도 들르는 것도 사랑이라 우겨본다. 뱀발. 그저 유튜브, SNS, 인스타만 보고 ‘노포갬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와서는 맥락도 맛도 모르면서 ‘이 집 사진이랑 다르네 별로다’ 하는 어설픈 것들, 너네들이 제일 별로다. 뱀발 2. 근데 왜 ’칼’국수지? 밀가루 반죽을 칼로 썬다고 칼국수라는데 아니 그럼 반죽을 칼로 썰지 톱이나 도끼로 써냐? 개인적으로는 양반가문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라 ‘양반국수’라 부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만.

혜화칼국수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길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