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따뜻해
추천해요
2년

2010년대 초반, 여행업 종사를 꿈꿨던 20대의 따뜻해는 경험을 쌓고자 기차여행 가이드 알바를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맡은 상품은 눈꽃열차로 추전역, 승부역 등 태백, 봉화의 오지를 돌고 풍기역에 하차하여 온천까지 찍고 올라오는 일당 7만원짜리 코오쓰. 눈꽃열차의 백미는 역시 눈 쌓인 풍경일텐데 사실 제대로 된 설경을 본 건 손에 꼽습니다😇 볼거리를 잃은 여행객들은 객차에서 술을 마시고 온갖 불만을 가이드에게 쏟아냅니다. 모욕적인 표현을 듣고 마음에 구멍이 생길 때쯤 팀장이 조용히 저를 불러 찹쌀도너츠를 하나 주더라구요. 이거 먹고 잠깐 쉬라면서. 달달함은 기본이고 생강을 잔뜩 묻혀서 살짝 맵기도 하고 쌉싸래한 맛도 나는 것이 이런 맛이 있었나?! 싶은 거였죠.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계속 맴도는 맛.. 이날 이후로 풍기역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 사먹고, 어쩌다 팁이라도 받은 날이면 부모님 드릴 거나 팀원들과 같이 먹을 것도 사게 되었다죠. 그리고 영주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2023년 어느 날, 이게 갑자기 생각나서 출발시간을 코앞에 두고 영주점에 들러 생강맛 딱 하나 먹어보았는데 맛이 여전히 좋았어요. 생강이 조금 약해진 듯했지만 그동안 생강보다 더한 인생의 쓴맛을 많이 봐서 그랬거니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여러 감정이 섞인 곳이기에 객관적 판단은 불가하니 쟤 또 TMI 뱉는구나~ 하고 보시면 되겠슴다-!🙇🏻‍♂️

정 도너츠

경북 영주시 대학로 200 1층

외식커🥄

아이구.. 이야기가 너무 맛있어요오~

따뜻해

@oesiker 맛나게 들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미오

몽글몽글 에세이 한편 읽는 기분이었어요.. 😭 20대의 따뜻해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의 따뜻해님의 글 내공과 맛력사가 당연하게 느껴지고요. 너무 잘 읽고 갑니다.

따뜻해

@rumee 뽈레를 계속 하는 이유 중에 미오님의 수갑같은 칭찬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면서!🙌 맛점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