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in B @colinbeak

4.5

20시간

삐딱해서 오히려 좋아. -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좋았던 식당들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식당은 흑백요리사2에 ‘삐딱한천재’로 출연한 이찬양셰프님의 ‘오리지널넘버스’입니다. 사실 흑백요리사2 방영 전에 요식업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관련 소식이 돌았는데요, 그 때 주변에서 얼른 가보라 추천하던 곳들 중 하나가 여기였습니다. 가보니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다이닝을 잘 다니지 않는 분들에게는 와닿지 않겠지만, 13만원에 이 정도 코스 구성과 자기 색깔이 있는 음식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코스요리는 전채가 전체의 경험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첫 접시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차완무시가 떠오르는 퓌레인데, 다시마의 감칠맛과 유자의 신맛이 입맛을 확 당겨와요. 이어서 나온 파테는 브리오슈의 달큰한 맛이 닭간의 뾰족한 맛을 둥글게 감싸줍니다. 벌써부터 오길 잘했다 싶어요. 셰프님이 신맛을 참 잘 쓰시는데, 또 단맛까지 적절하게 배치하니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개인적 의견으로 이 식당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요리는 새우카바텔리. 번데기 모양의 면을 갑각류와 코코넛밀크, 레몬껍질로 낸 소스로 버무려내는데 마치 양식으로 다시 풀어낸 똠양꿍 같아요. ‘나는 뻔하고 싶지 않아’ 셰프님의 외침이 녹아있는 느낌. 모든 것이 공급과잉인 요즘 같은 시대에 삐딱하다는 건 오히려 장점인 것 같아요. 몇 도 쯤 기울여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 예상되는 흐름에서 살짝 방향을 트는 것, 굳어진 양식에 작은 균열을 내는 것. 그런 걸 참 잘하는 셰프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연말결산

오리지널 넘버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5길 2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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