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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7년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먹지 않는다” 1 . #홍어밋업 생면부지의, 하지만 반가운 사람들과 홍어를 먹겠다고 모였다. 살면서 많은 모임을 나가봤다고 생각했지만 손에 꼽을만큼 독특한 경험이었다. 합정역은 생각보다 너무 멀었고, 식당까지 걷는 길은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 . #홍어의추억 고등학생 때 순천이 고향이신 아버지를 따라 한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삭힌 홍어를 먹고 거의 혼절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다신 거들떠보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몇 번 덜 삭힌 홍어와 삼합을 접하다보니 이젠 옆에서 누가 먹고 있으면 슬쩍 눈길이 간다. 앞 문장에서 쌍따옴표가 붙을 부분은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일까? 3 . #삭힌홍어 삭힌 정도를 고를 수 있어 우선 중약 삭힘으로 주문. 세트로 시키면 삼합용 돼지고기 수육, 삭힌 김치와 그리고 갑오징어 숙회, 딱돔구이, 꼬막 등으로 한상 거하게 차려진다. 삭힌 홍어는 등살, 뽈살, 코, 지느러미가 그룹지어져 있고, 홍어애는 삭히지 않은 상태로 나온다. 등살을 한점 집어 초장을 찍어 입에 넣으니 비염이 낫는다. 콧물이 주륵주륵. 작정하고 즐기러 왔으니 천천히 우물우물 씹어본다. 찡한 맛이 코를 통과한다. 콧물이 주륵주륵. 두 번째 점부턴 돼지고기 수육과 삭힌 김치를 더해 먹는다. 이미 향에 익숙해진 입과 코는 음식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뽈살은 좀 더 쫄깃하고, 코는 연골 같은 치감이 느껴진다. 축농증 해결엔 코가 적합할 것 같다. 4 . #홍어애 홍어의 간인데 영롱한 빛깔이 아주 먹음직스럽다. 수란 같이 후루룩 말려들어가는 부드러운 식감. 위에 뿌린 깨와 찍어먹는 소금이 느끼함을 잡고 고소함을 더한다. 이래서 다들 홍어애, 홍어爱 하나보다. 5 . #안삭힌홍어 홍어의 재발견. 흑산도 출신의 사장님이 싱싱한 홍어를 공수해오는 집이기에 가능한 메뉴이다. 거무튀튀함이 감도는 삭힌 홍어와 달리 방어 같은 핑크빛이 감돈다. 삭힌 홍어보다 쫄깃함은 덜 하지만 오도독 씹히는 연골과 입 천장에 착착 달라붙는 독특한 식감이 재미지다. 뼈채 먹는 병어회의 식감과 비슷한 느낌. 이제 좀 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어 먹으러 같이 가지 않을래요?” 6 . #홍어애탕 안 삭힌 홍어로 잠시 쉬었으니 다시 콧물 뿜을 차례. 삭힌 홍어애로 걸쭉하게 끓여낸 홍어애탕은 저멀리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향이 강하다. 남은 삭힌 홍어를 5초간 샤브샤브 담궜다가 먹으면 5년 묵은 콧물이 빠져나오는 강렬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날의 가장 강렬한 맛의 기억. 7 . #홍탁 괜히 홍탁하는 게 아니다. 삭힌 홍어의 향은 탁주가 달랜다. 맛은 없었지만 ‘인생막걸리’의 진한 흙맛은 이 집의 분위기, 음식과 참 잘 어울렸다. - 추천메뉴: 안삭힌 홍어, 홍어애 + 탁주 - 주의: 나갈 때 여 사장님에게 페브리즈 좀 뿌려달라고 부탁 드렸더니 머리에 막 뿌리시고는, “냄새는 머리에 제일 많이 배겨~” 하셨다. 그래도 그렇죠 사장님 instagram: colin_beak

홍어 한마리

서울 마포구 동교로 94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