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로 즐기는 야키토리” ⠀ #집으로 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던 상우는 “꼬꼬댁” 거리며 닭 흉내를 내고, 상우를 바라보던 할머니는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노계를 잡아 백숙을 해준다. 백숙을 본 상우는 “누가 물에 빠뜨리래” 라며 투정을 부린다. ⠀ #치킨의 일생 닭 요리를 프라이드 치킨과 동일시하던 꼬마 상우는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었다. 상우가 지금껏 먹어온 프라이드 치킨은 육계(고기를 얻기 위해 키운 닭)를 30일 내외로 키운 것이다. 1인용 뚝배기에 쏙 들어가는 삼계탕 용 닭은 보통 5호(500g)인데, 육계보다 성장이 몇 배 느린 토종닭을 써도 생후 5~6주 정도만 지나면 도축을 해야한다. 이제 막 병아리를 벗어난 닭은 “연계”라고 부를만큼 식감이 부드럽지만, 깊은 풍미를 머금기엔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다. ⠀ #야키토리 “닭을 굽는다”는 뜻의 야키토리는 먹기 좋게 손질한 닭을 꼬치에 끼워 구워먹는 요리로 일본의 주점 문화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우리나라는 자국 치킨집이 전 세계 KFC 체인점 수보다 많은 소위 “치킨 공화국”이지만 아직 야키토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꼬마 상우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는 닭 한 마리에서 스무가지 이상의 야키토리 부위가 나온다고 한다. 그만큼 야키토리의 핵심은 닭을 세세하게 나눠 각각의 매력을 즐기는 것에 있다. 그러려면 식당은 충분히 자란 닭을 부위별로 나눠서 수급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치킨과 삼계탕으로 “1인 1닭”이 진리가 되어버린 한국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 #쿠이신보 쿠이신보는 일본 츠지 요리학교 셰프들이 모여 합정동에 오픈한 야키토리 전문 이자카야다. 이후 요리 메뉴를 주력으로 하는 가로수길점, 오마카세를 내세우는 ‘야키토리 쿠이신보’, 야채 메뉴를 보강한 ‘야사이마끼 쿠이신보’ 까지 세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 쿠이신보에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유는 야키토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제대로된 야키토리 집을 찾기 어려웠던 시절에 오픈해서, 토종닭 품종인 ‘우리맛 닭’을 사용한 야키토리 메뉴를 냈다. 재료 수급의 어려움으로 토종닭 메뉴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이후 예약제를 통해 토종닭 한 마리 야키토리 메뉴를 선보였다. 육계를 주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수급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토종닭을 사용하려는 그 시도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 # 야키토리쿠이신보 쿠이신보의 압구정점은 야키토리에 오마카세를 접목시켰다. 오마카세라는 형태를 빌어 메뉴 수를 줄이고, 대신 그만큼 질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여 제공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부위별로 즐기는 야키토리 문화와 조금씩 차례대로 맛보는 코스요리 형식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란 생각이 든다. 분위기도 동네에 맞게 아주 근사하게 꾸며놓았는데, 다찌 형태여서 심적 거리감이 들지는 않는다. ⠀ 야키토리는 ‘역시 쿠이신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연골 부위는 오독거리는 식감과 흘러나오는 짙은 육향이 감탄스러웠다. 식사로 나오는 오야꼬동도 끝내준다. 닭고기와 계란 모두 살짝만 익혀 부드러운 식감을 극대화했다. 아쉬운 건 야채 구이. 닭 기름으로 풍미를 더하고 채즙도 풍부한 야채 구이를 기대했는데, 표고버섯이나 산마는 풍미와 식감 모두 기대 이하였다. ⠀ - 맛팁: 미리 예약하면 닭 사시미가 포함된 코스 메뉴를 고를 수 있어요. ⠀ instagram: colin_beak
야키토리 쿠이신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2길 29-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