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음식답게, 하지만 한국사람에게 맞게” 청두인상 리뷰 (2/2) #마파두부 국내 중화요리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 하지만 서울에서 현지식 마파두부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국내에 유입된 화교들이 본토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에 익숙치 않은 한국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하여 화쟈오를 빼고 굴소스 등으로 단맛을 더했기 때문이다. 마파두부의 원조는 사천의 ‘진마파두부’라는 식당이다. 진씨성을 가진 남편과 결혼한 마파(麻婆, 곰보할머니)가 상인과 노역자들이 가져다 준 두부와 기름을 가지고 요리를 하다 탄생한 음식이 마파두부. 진마파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자손들이 연 식당이 진마파두부다. 이 곳을 포함하여 중국 현지의 마파두부를 보면 한국의 그것에 비해 소스가 묽은 편이고, 투명한 고추기름이 영롱한 빛깔을 낸다. 매운 맛이 입안에 텁텁하게 남아있지 않고, 마라하게 입맛을 돋운 뒤 깔끔하게 떠난다. 한국에서 먹어본 마파두부 중 현지의 느낌으로 맛있었던 곳은 가락동의 ‘오향가’ 밖에 없었는데 여기 청두인상의 마파두부도 꽤 좋았다. 우선 투명한 고추기름, 군더더기 없는 비주얼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밥에 소스와 두부를 듬뿍 넣고 비벼먹으니 마라함이 스쳐간 뒤에 두부의 담백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현지의 느낌은 살리되, 누구나 즐길 수 있게 적당히 타협한 느낌이다. 처음엔 강렬함이 좀 아쉽다 했는데, 다 먹자마자 또 시키고 싶었다. #마오차이 사천 음식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오차이. 쉽게 말하면 사천식 마라탕인데, 사실은 마오차이가 마라탕의 원류에 가깝다.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마라탕은 사천 음식이 동북지방으로 넘어가면서 사골 육수를 섞는 등 탕까지 마실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된 것이다. 국내에서 거의 보기 힘든 마오차이가 메뉴에 있어서 주문. 절반의 만족이었다. 깔끔한 마라향이 나는 것까진 좋았는데, 뭔가 밋밋한 느낌이랄까. 강렬한 국물을 머금은 다양한 재료를 맛보는 게 이 요리의 매력인데, 탕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마일드하다보니 그 속에 있는 재료의 맛도 역시 심심했다. 쌀밥을 계속해서 부르는 맛이어야 하는데, 건더기만 건져먹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탕을 즐기는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춘 듯 한데 좀 더 과감해지면 어떨까 싶다. #빙펀 빙펀은 사천에서 시작된 중국의 유명한 간식이다. 빙펀화라는 꽃의 씨앗을 젤리형태로 가공한 것을 산사나무 열매, 과일 등과 함께 시원한 설탕물에 넣어 먹는다. 약재와 흑설탕의 향이 느껴지는 - 중국의 국민 음료 ‘왕라오지’가 떠오르는 - 국물에 산사나무 열매의 새콤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미끈한 식감의 빙펀은 사천 음식의 매운맛을 깔끔하게 씻어 내린다. 이 곳의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사천음식의 정체성은 살리면서도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친절하게 맞춘 느낌이 들었다. 서비스도 음식처럼 참 친절했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이를 기반으로 더 과감하게 현지의 맛을 소개하는 식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instagram: colin_beak
청두인상
서울 광진구 동일로18길 65 은성음악원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