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선농탕” #설렁탕 설렁탕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썰이 있다. 조선시대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에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우골 국물이 ‘선농탕’에서 언어 순화과정을 거쳐 ‘설렁탕’으로 바뀌었다는 썰. “눈(雪)처럼 희고 진한(濃) 국물(湯)”이란 뜻의 ‘설농탕’에서 유래되었다는 썰 등. 사골을 넣고 푹 고면 그 안에 있는 성분이 빠져나오며 국물이 유백색을 띄게 되는데, 국물이 뽀얄수록 진국이라는 인식 때문에 과거 일부 식당에서 프림으로 색을 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학적 사실이 어떻든 간에, 투명한 국물 보다는 뽀얗게 끓인 국물을 들이켰을 때 더 보양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플라시보플라시보) #본가설렁탕 석촌호수 근처의 랜드마크 같은 식당. 랜드마크 같다고 한 이유는 요식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네에서 20년 넘게 영업한 곳이기도 하고,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외관과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광활한 주차장, 그리고 식당 앞 가마솥에서 설렁탕을 끓이는 퍼포먼스 때문이다. 식당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 정도 큰 가마솥에서 설렁탕을 끓여내는 게 그리 신기할 일은 아니지만, 특이한 건 식당 바깥에, 그것도 식당 입구 바로 앞에 별도의 가마솥실을 두고 손님들이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점이다. 과거 프림 설렁탕이 사회에 적잖이 파동을 일으켰을 때 만드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의미로 이런 구조를 택했다고 하는데, 대형 가마솥에서 끓고있는 설렁탕을 구경하다 가게 안에 들어가 한 그릇 받아들면 마치 선농제에 참여한 후 선농탕을 배급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본가탕 양지와 함께 소 양이 들어가는 스페셜 메뉴. 내장이 들어간 국물을 팔팔 끓는 온도도 아니고, 다데기는 커녕 파나 후추조차 넣지 않고 손님에게 내는 걸 보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걸 거다. 아니나다를까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국물은 정말 우유처럼 뽀얀데, 그 맛 역시 보이는만큼 밀키하고 부드럽다. 진국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의외로 또 가벼워서 부담스럽지가 않다. 예쁘게 손질되어 조리된 양은 꼬들꼬들하게 씹히고 국물과도 잘 어울린다. 국물에 밥을 말아 밥, 양지, 양, 소면을 한 번에 퍼서 폭 삭힌 깍두기와 특제 새우젓을 올려 먹으면 지쳐있던 한 서울 사람의 영혼이 채워진다. instagram: colin_beak
본가설렁탕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20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