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를 이어온 부산역 노포, 평산옥 — 미쉐린보다 가성비 부산역 근처를 걷다 보면 낡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평산옥. 화려한 장식도, 미쉐린 표식도 없이 그저 “돼지수육전문점”이라는 파란 간판만 걸려 있다. 그런데 이 소박한 식당이 2026 미쉐린 가이드 부산에 이름을 올린 곳이라는 걸 알고 나면, 그 담백함이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4대째 이어온 손맛 평산옥은 4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해온 식당이다. 오랜 세월 동안 조리법이나 상차림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매장에 들어서면 그 말이 실감 난다. 협소해 보이지만 2층까지 있는 구조, 세월이 묻어나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 정겨운 동네 식당 분위기.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서 더 정직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부산역에서 도보로 몇 분이면 닿는 위치라 접근성도 좋다. 메뉴는 단 두 가지, 그래서 명확하다 평산옥의 메뉴판은 군더더기가 없다. • 수육 10,000원 • 국수 3,000원 • 매운 열무국수 4,000원 (계절 한정, 3월~11월) • 소주 5,000원 / 맥주 5,000원 / 생탁 4,000원 수육은 1인 1접시가 원칙이다.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국수 값이 워낙 저렴해서 부담은 크지 않다. 이 단순한 구성이야말로 평산옥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수육 — 지방과 살코기의 완벽한 균형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 반찬들도 인상적이다. 부추무침, 배추김치, 무말랭이, 새우젓, 그리고 새콤달콤한 초장까지 — 셀프바가 아니라 테이블마다 정갈하게 세팅되어 나온다. 메인인 수육은 두툼하게 썰려 나오는데,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부위별로 식감이 조금씩 다르지만, 어느 한 조각도 퍽퍽하거나 느끼하지 않다. 잡내 없이 깔끔하게 삶아낸 육질은 씹을수록 담백한 감칠맛이 올라온다. 새우젓이나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국수 — 화려하지 않아도 그리운 맛 분홍색 그릇에 담겨 나오는 잔치국수는 비주얼부터 정겹다. 맑은 멸치육수에 부추와 고춧가루 고명이 올라간 심플한 구성.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한 입 먹으면 어릴 적 동네 국숫집에서 먹던 그 맛이 떠오른다. 수육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개운하게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한 그릇이다. 그래서, 평산옥에 가야 하는 이유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평산옥은 어디에도 그 흔한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먹어보면 안다 — 이 집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결국 가성비라는 것을. 수육 한 접시에 만 원, 국수는 단돈 삼천 원. 이 가격에 4대를 이어온 손맛과 정성을 맛볼 수 있다는 건, 부산역 근처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행운이다. 화려한 타이틀보다 묵묵한 실력으로 승부하는 노포. 평산옥이 딱 그런 곳이다.
평산옥
부산 동구 초량중로 26
맛집개척자 @hjhrock
이 집의 수육은 정말 기가 막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