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속초의 오랜 메밀국수 노포 양철지붕의 단층 농가주택 머리 위에 쓴 현수막 같은 간판을 이고 서 있는 식당. 방방이 이어진 철퍼덕 식탁에 둘러 앉아 순메밀 국수 한 그릇씩 받아들고 이가 시리도록 찬 얼음둥둥 떠 있는 동치미국물을 두 국자 넣고 말아 먹었던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성업하여 바로 옆에 큰 부지를 마련해 현대식 단층건물과 너른 주차장을 갖추었지만 이전 건물은 헐지 않고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두었다. 역사를 그대로 두었다. 마음에 든다. 시간을 선물해 주고 추억을 바로 소환해 준다. 소천하신 어머니와 왔던 기억. 그립다. 이 집의 메밀국수는 부드럽다. 국수위에 올린 양념도 달지 않고 자극적인 매운 맛도 없다. 가느다랗게 썬 배추고명, 오이채, 김가루와 깻가루 올렸다. 동치미가 일품.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단아하다. 특이하게 백김치와 묵은지도 판다. 김치에 자부심. 메밀국수와 냉면은 겨울음식. 제철이 겨울이다. 더우기 겨울엔 줄서지 않아 좋다. 겨울에만 맛볼수 있는 더운 메밀국수는 동치미가 아니라 멸치육수를 부어 먹는다. 다시메밀국수라 부르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감칠 맛나는 멸치메밀국수, 동치미 넣는 메밀국수와 대비되지만 한 번 맛 볼만하다. 독특하게 수요일에 휴무. 복음적 이름을 갖고 있지만. 화요일에 쉬는 근처 공항메밀국수가 플랜 B 같은 플랜 A.
실로암 메밀국수
강원 양양군 강현면 장산3길 17
Gastronomy @gastronomy
연말에 위장병에 고통받고 있는 이순간 저 동치미 국물 한사발 하고 싶습니다.
최은창 @eunchangmd
@gastronomy 얼른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동치미처럼 시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