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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중화된 혼고기 식당 혼고기를 맛보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드디어 구교혁 쉐프의 돼지고기 구이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맛 볼 수 있는 곳이 을지로에도 생겼다. 행복한 일이다. 초연. 처음 공연이라는 뜻보다는 초월하다는 뜻이 더 어울리는 이름. 무엇에 초연하고 싶다는 의미일까? 대여섯 가지 구이 메뉴를 어떤 순서로 먹을까 속으로 정해 놓고 직원에게 물어 보니 역시 내 생각과 같다. 생목살 그리고 삼겹 그 후에 양념한 고기로 권한다. 벽돌 위에 놓은 마름모 격자 불판에 숯불로 굽는다. 생목살과 토끼삼겹 주문. 목살은 지방이 섞인 일반적인 컷과 달리 길쭉하게 잘라 나왔다. 목근육 하나를 추적하듯 정형했을 것이다. 살짝 굴려서 굽다가 근육결과 직각으로 한 입 크기로 자르면 안심의 단면과 같은 분홍색의 균일한 면을 볼 수 있다. 정육면체 모양에 가깝게 자른 목살 위에 돼지기름을 토치로 녹여 떨어뜨리며 굽는다. 구쉐프가 하던 그대로의 동작이다. 촉촉한 목살의 비결이다. 불판 위에서 구울 두께를 정해 자르는 목살과 달리 토끼삼겹은 두께를 정해 잘라나온다. 보통의 삼겹보다 두툼하다. 껍질쪽에 칼집을 넣어 벌어져 토끼의 귀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건 모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삼겹의 지방을 빠르게 익히기 위함이다. 삼겹살 조각을 불판위에 구우면서 삼겹 지방부분에 토치질을 더 해 준다. 어느 정도 익으면 벌어진 틈을 따라 고기를 둘로 자르는데 그 두 개는 같은 사이즈의 직육면체가 된다. 육즙을 잘 가둔. 구쉐프의 방법. ‘지방을 익히는 동안 살코기의 수분을 잃지 않도록 굽는다’. 이게 맛의 포인트다. 육즙을 가두어 입 속에서 터지게 만드는 방법이다. 좋은 고기는 컨디먼츠가 거의 필요없을 정도로 자체로 간이 맞는데. 이 식당 고기가 그렇다. 생목살에 소금 없이 통후추 한 알. 필살기다. 말든 소금 찍든 말든. 멜젓 이런거 다 필요없다. 앵콜로 다시 주문한 토끼삼겹과 생목살. 이번엔 목살에 기름이 꽤 붙어있는 덩어리가 나왔다. 아쉬운 부분. 갈치속젓 양념한 목살과 양념 갈비도 분명 맛난데 삼겹과 생목살의 출중한 맛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의 피해를 입었다. 버릇처럼 고정관념이 되어있는 붉은 고기엔 붉은 포도주. 하지만 맛나고 기름진 돼지고기에는 오히려 깔끔하게 입을 씻어주는 백포도주가 더 어울린다. 더욱이 차게 한 화이트나 샴페인 등의 스파클링을 함께 먹어보라. 한 점 먹고 화이트로 입안에 남아있는 잔향을 씻는다. 마치 스시 한 점 먹고 가리나 녹차로 입을 씻듯이. 레드와인을 잊을 것이다. 매 입 더 맛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고기후 식사 메뉴도 여럿 있는데 맛있다. 국수도 찌개도. 이 날은 이층에 환기가 잘 안 되는지 연기가 꽉 차 연기를 빼내려고 문을 자주 열어 춥게 만든게 흠이었다. 손 봐야 할 부분이다. 허나 혼고기에서 만날 수 있는 고기 맛 그대로를 경험했으므로 모두 추위에 초연했다. 행복하고 맛난 연말 모임이 되었다. 이차로 을지로 와아너리로 행복을 이어 갔다.

초연

서울 중구 수표로 50 1, 2층

단율

혼고기 너무 가보고싶었는데 여기라도 꼭 가봐야겠어요 :)

최은창

독특한 굽기 방식이 구대표 만의 탁월한 맛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