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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따미
추천해요
2년

올해 마지막 파인다이닝은 라망시크레로 결정했다. 여윳돈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할 수 있었던 결정… 일단 이 공간은 불란서의 고급 러브 호텔을 럭셔리 k화 하여 가져온 것 같았는데 기본적으로 어둑한 공간 (다른 테이블의 사람을 제대로 못 보게끔)이나 부담스러운 정도로 빨간=_=; 색이 뒤덮여있는게 ‘비밀’스러운 ‘밀회’의 공간을 화려하게 그리고 있는… 다소 메식거리는 컨셉이지만 뭐 공식적으로 밝혀진건 아님으로 여기까지만 하고… 전반적인 코스의 분위기도 정말 이 호텔의 인테리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압도적으로 화려하다. 먹기 아까울 정도의 세공을 자랑하는 아뮤즈부쉬들로 시작하는 코스는 마지막까지 계속 강렬한 색과 화려한 맛을 자랑하는데… 페어링 없인 정말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만;; 난데없이 우린 cj가 1000만 영화를 만드는 법을 떠올렸는데… 극의 흐름과 상관없이 각 장면마다 점수를 메기고 7점 이하면 “더 강한 음악” “더 빠른 편집이나 cg”를 떼려박는 식으로 5점 이하의 밋밋한 장면을 모두 7점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 여기랑 되게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분명 하나하나 떼놓고 보면 와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나, 이런 재료를 이렇게-! 와-! 하지만 그게 3시간 동안 계속 되니 엄청 지친다고 해야하나… 10점짜리 장면이 돋보이려면 4점짜리 5점쩌리 장면도 필요한데 9점 10점짜리 장면만 계속 나오면 되려 시큰둥해지는 것처럼… 되려 미식이란 무엇인가 정말 친지구적이고 친동물적인 행위는 아닌, 정말 오히려 인간 허영의 끝판왕 같은게 아닌가 싶고 나 스스로가 싫어지는ㅋㅋㅋㅋㅋㅋ 너무 계속 화려해서 도리어 인간혐오 오는 요리들이었음을 ㅋㅋㅋㅋㅋㅋ (버터 퍼주는데 수저 두 개를 쓰는걸 보며 이 코스에 들인 설거지 더미들이 가져오는 환경파괴는 어쩔티비이며, 이 화려한 미식을 위해 지금까지 희생된 동물들 ㅠㅠ 과 음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면 나 너무 오바싸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그 인간혐오의 순간들을 너무 훌륭한 서비스가 다시 인간을 사랑하게 했지만 되려 또 너무 훌륭하기에 아휴 저 사람들 속으론 우리 빨리 갔으면 좋겠다 싶겠지 라는 또 다시 혐오의 망상을 낳고…. 누군가는 화려한 색의 디쉬를 보며 로스코를 떠오르던데 틀린말은 아니나 로스코와 동시에 디뮤지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미디어 아트들이 떠올랐다. 좋은건가? 누군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 재밌고 황홀한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인 재방문의사는 글쎄. 한 끼에 둘이서 70만원을 쓰고 나오면서 누군가는 “아 그래 이게 70만원의 맛이지” 라고 할 맛이지만 나는 되려 뭔가… 부란 무엇인가… 하는… 강남좌파가 되어버렸지 뭐야… 왜 이렇게까지 고급져서 날 철학자로 만드는거냐고… 그건 니 mbti 탓이라고 그렇게 이해해주세요 예상 댓글)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쓰세요

라망 시크레

서울 중구 퇴계로 67 레스케이프 호텔 26층

김미영

이런 얘기는 일기장에나...안쓰셔도 되겟는데요? 적어도 저는 많이 공감해요!!특히 버터스푼과 설거지얘기 ㅎㅎㅎ

고맥

오 새로운 관점..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