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를 주문하고 나서야 카운터 왼쪽에 시향 코너가 있는 걸 발견하고 뒤늦게나마 향을 맡아봤는데요. 음… 긍정적인 느낌이 별로 들지는 않는데, 그나마 주문한 에티오피아가 제일 나은 것 같기는 하네요. 에티오피아 구지 비샬라 셀렉션 레드 허니를 마셨는데, 매장에서 제공하는 컵노트는 베리계열 망고 리치 복숭아 꿀 오렌지필이구요. 그런데 일단 노트의 인텐스가 많이 낮아요. 베리는 바탕에 은은히 깔리는 느낌이고, 망고가 그나마 인텐스가 제일 강해서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고, 리치나 복숭아는 커피를 머금고 입에서 열심히 굴려야 느껴지네요. 꿀은 꿀물을 연하게 타면 이런 맛이 날 수도요. 오렌지필은 잘 모르겠구요. 오렌지필이 느껴지나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매장에 비치된 물에 허브와 시트러스 향이 있어서 벌어진 착각이었던 듯요. 비록 인텐스가 약하더라도 이런 좋은 맛만 느껴졌으면 괜찮은 커피였을 수도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부정적인 쉰맛과 곡물맛이 아주 약하게 느껴집니다. 문제는 컵노트의 인텐스가 약하기 때문에, 이 아주 약하게 느껴지는 디펙트도 커피 맛을 해치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죠. 대략 컵노트의 인텐스를 10이라고 하면, 디펙트의 인텐스도 6 정도는 되니까요. 여기에 더해서 목넘김 후에 목 안쪽이 텁텁 까끌까끌해지고 위장도 자극하는데, 식을 수록 그 강도가 더 강해집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얼마 전에 리키커피숍에서 마신 비샬라가 더 좋았는데, 그 커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노트의 인텐스도 잘 나왔고, 부정적인 맛도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https://polle.com/maindish1/posts/511 룰커피 매장은 첫 방문이지만, 그동안 룰커피의 커피를 여기저기서 마셔봤는데요. 매장에서 맛본 게 그나마 제일 낫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맛있는 커피라고 하기엔 부족한 커피였습니다. 이 정도 인텐스의 커피가 맛있는 수준으로 진입하려면 훨씬 더 클린해야 하구요. 거기까지 도달하더라도 맛있는 커피의 문턱에 간신히 턱걸이를 하는 정도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턱걸이라는 게 참 쉽지 않죠. 물리적으로도, 다른 방면으로도.
룰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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