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창천동 #키친31 "나에겐 아쉬웠던 사장님의 카이센동 스타일" 1. 카이센동 보다는 스시를 좋아하는 난데, 이날은 왠지 딱 스시 몇 점이 먹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이나 미국처럼 니기리스시 단품으로 몇 점 주문할 수 있는 스시집이 없기에 고민을 하다 오랫동안 가고싶다 리스트에 있던 키친31에서 카이센동을 먹어보기로 하고 방문해 봤다. 2. 예쁘게 구성된 카이센동이 나왔는데, 맑은 버섯국과 와사비, 감태와 생각절임이 함께 제공이 된다. 생각보다 카이센동의 구성이 좀 밋밋한 감이 있다. 다른 분들의 사진에서 본 생선은 없고 모두 흰살생선 구성이다. 거기에 참치 아키미만이 빨간 색감을 준다. 마치 흑백사진에 입술만 빨간 CG를 한 느낌의 비주얼이다. 구성의 면면을 보면 3-4종의 흰살생선과 마구로 아카미, 아마에비, 우니, 이쿠라, 카니미소다. 빛나는 생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 실망스럽다. 높낮이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맛의 변주를 보고 싶었는데, 꽤 단순한 흰살생선 초밥을 먹은 느낌이다. 3. 밥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꽤 찰기가 있는 밥인데, 고슬함은 없고 밥끼리 밀착이 되어 있다. 너무 밥이 질다고 사장님께 말씀 드렸더니 계속 이렇게 만들어 오셨단다. 이집의 스타일이였다. 게다가 꽤 강하게 조미가 되어 있다. 초와 설탕, 그리고 뭔가가 더해진 맛에 참깨도 꽤 많이 들어있다. 양념맛이 꽤 맛있는 밥이랄까? 그리고 질척한 느낌까지... 생선과 같이 먹는 밥으로서는 밥의 식감과 맛이 너무 과하게 생선을 지배한다. (생선도 흰살생선들이니..) 예전 Jessica님의 리뷰에서 이집 카이센동이 느끼하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 이유를 먹어보니 알겠다. 입을 쉬게해줄 변화구가 없다. 그러다보니 혀가 피곤한 건 아닐지... 3. 생선은 숙성도가 조금 아쉽다. 흰살생선의 경우 조금 더 숙성이 되었으면 밥과 그나마 어우러졌을 텐데 생선도 아직 근섬유가 살아있어 뻣뻣하고 밥도 질기니 서로 이기려고 싸우는 식감이다. 조금 부드러운 생선들이 섞여 있었으면 조금은 나았을 듯 싶다. 4. 마구로, 아마에비, 이쿠라, 우니는 나쁘지 않았고 그 덕에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대신 카니미소는 이 밥맛에 어울리지 않았다. 느끼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지금까지 많은 카이센동과 찌라시스시를 먹어봤지만 카니미소를 이렇게 올려주는 집을 본적이 있나 곰곰히 생각해 봤을 정도로 생소하긴 했다. 5. 마무리 디저트로 주신 크림브륄레는 아주 맛있다 ㅎㅎ 6. 전체적으로 사장님의 열정과 일하시는 자세, 가게의 분위기, 종업원의 친절이 나쁘지 않은 곳이다. 해산물의 신선도도 괜찮아 비린내나 역한 맛은 나지 않는다. 다만 생선의 구성과 밥의 스타일이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다. 7. 안주 라인업이 사케랑 소주 마시기가 참 좋다. 일본식 파스타도 좀 있어서 파스타에 쏘주 먹기도 좋겠다. 조만간 저녁에 술 한잔 하러 다시 방문해봐야겠다. PS: 사장님 성함이 "상일"이라 일본에서 일하실 때 일본인들에게 발음이 어려우셨단다. 그래서 31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지금의 가게 이름이 <키친3>1이 됐단다. "오레노키친" 같은 느낌의 작명이다 ㅎㅎ PS2: 맛과 식감의 버거움을 이겨내려고 시소잎을 좀 요청드렸더니 많이도 주셨다. 다행히 시소 덕분에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었다. 맛에는 항상 이런 변화구가 필요하다.
키친 31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4길 5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