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뱃고동 "참 편하게 장사하시는 집" 1. 내 어렴풋한 기억에 뱃고동을 오픈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때가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하는데, 압구정동에 새로운 식당이 오픈했고 당시에는 꽤 팬시한 해물레스토랑이라 젊은 층에 인기가 있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 본인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인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벌써 25년 이상이 훌쩍 흘러버렸다. 물론 그 당시의 맛은 기억에도 없다. 2. 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2020년에 다시 뱃고동을 찾았다. 나의 입맛도 변해서 이런 매콤한 해물요리가 땡긴 것도 있지만, 이제 로데오거리에 몇 안남은 터주대감 중견 노포가 된 뱃고동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30년을 버틴 압구정 로데오의 식당이 있던가?) 3. 이제 예전의 팬시함은 없다. 시끌벅적한 동네 밥집같은 분위기다. 코로나 2.5단계인데도 손님은 참 많다. 5분 정도 대기하고 입장을 할 수가 있었다. 간단히 오징어불고기와 오징어튀김을 주문했는데, 받아든 음식을 보니 오징어불고기는 대왕오징어를 사용하시고, 오징어튀김은 원양산 선동오징어를 사용하고 계신다. 국내산 산오징어에 비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강남에서 이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수준을 생각하면 괜찮다. 4. 오징어불고기에 당면과 떡사리를 추가했는데, 오징어는 대왕오징어라 육질이 두껍고 부들하다. 오래 익혀도 퍽퍽해지지 않기 때문에 재료의 선택이 훌륭해 보인다. 양념이 꽤 진하다 (물론 MSG 도움이 꽤 크다). 그래서 처음부터 맛있게 먹을 수는 있지만 점차 음식이 짜지기 때문에 입안이 얼얼하다. 추가한 당면과 떡은 신의 한수라 무료할 수 있는 오징어만의 식감을 보완하고 재미있는 음식이 되게 만들어 준다. 5. 오징어튀김은 뜨끈하게 튀겨나와 맛이 좋다. 함께주신 간장소스 (시판 야키소바 소스가 첨가된)와도 잘 어울리고, 오징어불고기 소스와 같이 먹으면 맛도 중화시켜주고 궁합도 좋다. 다만 선동오징어의 특성상 껍질이 매우 질겨져, 튀김을 한 입 베어물면 껍질이 실처럼 길게 따라나온다. 잘못하면 목에 걸릴 수도 있는 아찔한 모습이기도 한데... (사진 1, 살다 살다 이런 오튀는 처음인데) 해결방법이 없을까? <사장님의 연구가 필요하다> 6. 반찬이 많이 아쉽다. 이 부분 때문에 편하게 장사하신다는 한줄평을 달았는데, 진한 메인과 같은 부류의 맛의 ‘맛없는’ 반찬들이 메인메뉴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일단 메인이 달고 짜고 맵다. 거기에... - 짜고 의미 없는 샐러드 - 매운 김치 - 매운 물김치 - 비린 해초무침 - 그나마 먹을만했던 미역초무침 어느 하나 메인의 강렬한 맛을 중화시키거나 쉬게해줄 수 있는 반찬이 없다. 게다가 모두 아주 쉽게 만들 수 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편한 메뉴들이다. 아내와 먹으며 시원한 콩나물국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싶었는데... <사장님의 연구가 또 필요하다> 7. 이집은 입에 자극이 필요할 때 좋은 집이다. 발란스고 뭐고 없이 그냥 혀를 폭격하는 달고 짜고 맵고 감칠맛 나는 그런 맛. 카타르시스를 유도해 엔돌핀 생성을 자극하고 후련한 느낌으로 나올 수는 있겠다. 그래서 30년 넘게 이 자리에서 성업중이겠지...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고 연구해서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빈틈이 나에게도 보이는데, 진짜 주인장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PS: 여긴 극강의 정신없는 서비스가 유명하다. 어떻게 보면 어이없고 불쾌한 서비슨데.... 역시 기분 좋지는 않다 ^^ PS2: 괜찮다 수준의 식당이지만 평점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별로>로...
뱃고동
서울 강남구 언주로172길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