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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하트타임 "한밤의 동네 사랑방" 1. 고터 앞의 상가는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최소 40년은 넘었다. 국딩 시절에 BASIC 배우러 이 상가에 갔던 것이 첫 기억인데, 수십년을 이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정작 상가 안으로 들어선 건 강산이 3-4 번은 바뀔 수 있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였다. 밤 10:30분 정도는 됐을 늦은 시간에 돈까스를 먹고 싶은 이놈의 식욕이 큰 몫을 했고, 검색 결과 아현동 <테라스>, 잠원동 <하트타임> 정도가 가능한 집이였는데, 아쉽게도 아현동 테라스는 그 시간에 식사 돈까스는 팔지 않는 다고 하셔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반포로 향했다. 2. 늦은 밤의 상가 앞은 의외로 취객들로 붐볐다. 술 한잔 하다 나오신 회사원이나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우고,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 경험상 독서실에서 공부한다고 나와서 농땡이 부리는 학생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ㅎㅎ) 상가 지하로 내려오면 완전 별천지다. 건물의 연식이 있다보니 지극히 옛날 느낌이 많이 나는데, 고래고래 고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의 소음을 BGM으로 살펴보니, 식당에, 노래방에, 술집에, 하트타임 같은 호프집이 무질서한 간판으로 자리를 하고 있다. 강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바이븐데, 이게 또 고터 앞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진 않다 ㅎㅎ 3. 새로 단장한 것 같은 입구 간판의 <하트타임> 싸인을 따라 들어가면 거의 오픈키친 수준의 부엌이 보이고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음) 홀에는 인산인해의 손님들이 그득 하다. 그런데 손님들 구성이 참 신기한게, 고등학생 무리들도 있고, 그보다 조금 나이든 대학생 무리들, 커플들에 동네 아저씨, 아줌마 무리들까지 참 다양하다. 밥만 먹는 고딩 무리들, 술마시는 어른 무리들이 큰 위화감 없이 뒤섞여 나름대로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완전히 <동네 사랑방>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홀의 인테리어가 7-80년대 낮은 소파로 구성된 경양식집 느낌이다. 조명은 살짝 어두 컴컴한 술집 분위기. 이런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어색하지 않게 돌아가는 희한한 공간이다. 新-舊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이룬다. 4. 늦은 시간에, 게다가 이런 분위기에 혼밥으로 뛰어 드는게 좀 어색한데, 다행히 알바생이 전혀 개의치 않고 넓직한 4인석을 안내해 주었고, 목표였던 돈까스와 추가 계란후라이를 주문했다. 그리고나서 메뉴를 보니, 거의 분식집 수준의 메뉴 구성이다. 고딩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알겠다. 고터 근처에 큰 아파트 단지들이 있음에도 그들이 그 시간에 모여 먹을만한 공간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 메뉴가 스팸볶음밥, 돈까스, 떡볶이 등 초딩입맛에 딱 맞는 호불호 없는 음식들이다. 거기에 술도 팔고, 음료도 팔고, 되는 줄 모르겠지만 칵테일까지 파니 이 공간에 이런 구성의 손님들이 모인 것일 게다. 5. 계란후라이가 없으면 밍숭맹숭할 비주얼의 7000원짜리 돈까스가 나왔다. 다행히 계란후라이가 올려져 있어 모양은 그럴싸하다. 대신 채소는 없고, 밥 약간, 베이크빈, 스위트콘, 단무지 두개. 정말 성의없는 구성이다. 모두 기성품을 쓰면 되는 반찬들. 6. 다행히 방금 조리해 돈까스는 뜨끈하다. 먹고나서 입천장을 데었을 정도로 뜨끈한 돈까스였다. 돈까스 고기는 제품을 사다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미끈하고 정형화 되어 있다. 큰 감흥은 없는 치감이 없는 식감이다. 살짝 매운맛이 나는 소스는 맛은 없지 않지만 과도한 물엿의 사용으로 나중에 질리는 스타일의 소스다. 7. 그런데 이 형편없는 조합이 그 늦은 시간에 이 장소에서는 꽤 조화로운 맛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달달달한 음식들의 조합으로 입이 피곤할 때 계란후라이 한 조각 먹어주면 괜찮아진다. 채소가 없어서 짜증이 나고 있는데, 메뉴판 사진을 보니, <야채 필요한 분 말씀해 주세요>라고 쓰여진 것을 발견했다. 메뉴판을 잘 읽지 않은 내 불찰이다. 8. 돈까스 질로만 보면 일부러 찾아간 내가 부끄러울 수준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는 나도 <두근두근 마법>에 걸린 것 처럼 모든게 용서되고 맛있다. 김치와 양배추채만 있었으면 <맛있다>를 줄 것 같은 자기 최면에 빠질 수 있겠다 ㅋㅋ 이 공간은 40년이 넘은 노포 바이브와 함께 나만의 <하트타임>을 가질 수 있는 희한한 공간이였다. 나의 미각 판단력에 영향을 줄만큼... PS: 계란후라이 추가 단돈 500원! #러셔스의베스트분식

하트타임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95 반포쇼핑타운 5동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