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하나샤브정 "30년 내공의 깔끔함" 1. 1990년대 중반에 압구정동 박정 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 신구중학교 정문 앞에 위치했는데, 그 건물 1층에 양은냄비에 끓여 먹는 1인 샤브샤브집이 있었다, 그 집 이름이 <하나샤브정>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 집을 기억하는 이유는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2. 90년대에 우리나라 샤브샤브는 소고기 샤브샤브 일색이였다. 그것도 고급요리로... 대표적인 식당이 강남의 <한우리> <진상>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마침 그 당시 일본에서 좀 오래 머무를 기회가 있어서 나의 일식에 대한 맛의 기반이 잡혔던 시기인데, 그 곳에서 처음으로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만났다.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돼지샤브의 맛은 어린 나에게는 충격이였다. 3.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발견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한끼 식사 비용에 조금만 더하면 1인용 돼지 샤브를 먹을 수 있으니 이만한 행복도 없었을 듯 하다. 그런데 그 가게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4. 세월이 한 참 흘러 삼성동에 터전을 잡았는데, 그 곳에서 3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돼지고기 샤브집을 발견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가게 이름이 <하나샤브정>이다. 나의 추억속의 그 가게 이름이랑 똑같다. 음식의 사진들을 보니 예전 그 가게와 꽤 비슷한데, 내가 가던 곳의 후신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았고, 가고싶다고 벼른지 4년 만에 드디어 방문을 해봤다. 5. 가게는 적당한 크기다. 테이블들도 있고 혼샤브를 할 수 있는 다찌도 준비가 되어 있다. 혼밥이라 다찌로 안내를 받았는데, 나를 맞이하는 분들의 표정과 말투가 친절함이 베어 있다. 식사 전부터 기분이 좋다. 물론 주문은 <돈샤브 세트> 6. 내용은 간단하다. 구운두부, 곤약 등이 포함된 채소바스켓, 돼지고기 샤브 약 10장 정도? 소스는 고마타레와 폰즈가 제공이 된다. 샤브의 육수는 아주 간단한 다시마 육수로 느껴진다. 7. 육수에 별다른 간이 없으니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신선한 채소들도 좋은데, 냉동고기를 슬라이스한 돼지고기의 질이 생각보다 좋다. 냄새는 없고, 부드러움은 최고, 게다가 고기 맛도 느껴진다. 훌륭하다. 다만 고기가 9-10장 밖에 없으니 고기로 배채우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대신 채소는 무한리필로 채워주신다. 8. 마무리로 우동을 끓여 주시는데, 간단히 타레와 소금 등으로 간을 해서 주신다. 조금 싱거은 느낌이지만 먹던 폰즈를 더 넣고 간을 맞추니 시원하고 깔끔한 우동이 된다. 물론 <시치미>의 도움은 식사 내내 필요하다. 9. 샤브 내내 중간 중간 오셔서 육수에 찌꺼기들을 제거해 주시는 서비스는 인상적이고 계속해서 식사를 살펴봐 주시는 친절함은 입장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10. 그립던 무언가를 이리 오랜만에 만나면 옛 향수 때문에 미화됐던 기억들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현타가 오기 마련인데, 이집은 다행히 그 정도가 그리 크진 않다. 예전 그 환상적인 맛 보다는 못했지만, 깔끔한 돼지샤브를 먹을 수 있는 것 만으로 기분 좋은 식사가 됐다. 11. 사장님께 이집 역사를 여쭈니, 예전 압구정 지점은 사장님한테 소스만 받아 쓴 분점 같은 곳이라고 하신다. 삼성동 지점이 본점이고 이곳에서 옮기지 않고 30년 이상을 장사하셨다고 한다. 분점에서의 좋은 기억 덕분에 그 원류를 찾게된 재미난 케이스가 됐다. 12. 아이들까지 데리고가는 가족 식사로는 부족한 부분이 좀 많다. 그렇지만 따듯한 아쯔깡 한 잔과 함께 하는 깔끔한 돼지 혼샤브로서는 맛도, 분위기도, 기분도 좋아지는 식사가 되는 곳이다. ** 추천: 돈샤브세트 #러셔스의베스트고기 #러셔스의베스트샤브샤브
하나 샤부정
서울 강남구 삼성로108길 2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