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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곳이지만 최근 변경되는 가게 중심의 운영 정책과 식당 측의 태도들에 근거해 평가를 변경합니다. 2023/05 #러셔스의워스트 ———————————————— #용답동 #기연각 "재료와 서비스 마인드가 인상적이였던 기대주" 1. 중식의 세계는 넓고도 고된 길이다. 그래서 많은 노포 중식의 사부들이 제자 없이 노부부가 쓸쓸히 가게를 지키시다가 문을 닫고 그 기술과 맛이 끊겨진다. 중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짜장면을 좀 챙겨먹다 보니 이런 노포들의 소중함이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2.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제기동 홍릉각도 위의 경우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최근에 제자를 받으셨고 (대부분 홍릉각의 팬들은 아드님인 줄 알았는데..) 그 분이 수련을 마치시고 개점하신 가게가 최근 망플 중식 카테고리에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기연각>이다. 본인도 제기동 홍릉각의 팬이기도 하고, 노포 중식을 워낙 좋아해서 이런 기쁜 경사를 놓칠 수는 없었고, 드디어 몇 가지 요리를 예약하고 방문을 했다. 3. 기연각의 오너쉐프인 윤준희 쉐프는 예전에 홍릉각에서 뵌 적이 있는데,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 외모로 기억을 한다. 기연각의 내부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한 느낌의 인테리어고 기물들도 그래서, 식당을 기획할 때 업자를 쓰신 줄 알았더니 본인이 직접 하셨다고 한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며 안되지만 쉐프님 덩치로는 상상이 안갔던 소품들과 장식들이였는데, 가업인 건축 관련 일을 오래 하셨다고.... ㅎㅎ 게다가 부드러운 웃음으로 요리 나올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식사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다. 4. 음식을 먹고 나니 이집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신선한 재료 재료의 질이 아주 좋음을 첫 입부터 알 수 있다. 각 재료들이 신선해서 재료에서 나오는 풍미와 식감이 대단히 좋다. # 맛에 대한 철학 전체적으로 맛이 마일드하다. 이건 쉐프가 간을 못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의 요리 철학이다. 그리고 굽히지 않고 그 맛을 밀고 나간다.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아집이 될 수 있는 검의 양날이다. 본인은 그런 이집 맛이 좋았다. # 뛰어난 조리기술 재료의 식감을 살리는 기술은 예술적이다. 주문한 팔보채, 새우난자완스는 해물의 식감이 환상적이다. 탱글한 해물의 식감도 좋고, 볶음밥, 짬뽕, 짜장의 재료들이 하나하나 살아서 식감과 맛을 전한다. 불조절과 웍질의 승리다. # 원칙주의자 가게 모습도, 운영하는 방식도 모두 가게를 시작할 때 딱 정해놓고 들어오신 것 같다. 쉐프의 성격이 반영되는 운영방식인데, 예약 방식, 영업시간, 메뉴 종류 등등 일반적인 식당들과는 조금 다르다. # 청결 완벽할만큼 청결을 신경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릇들은 작은 것까지 모두 사기그릇이다. 플라스틱 따위는 없다. 이집 8:10분이 저녁 마지막 주문인데,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는 이유는 <대청소> 때문이다. 본인도 가게 문 닫을 때 나왔는데, 우리가 나올 때 주방을 세제로 대청소 수준으로 청소를 하신다. 닥트도, 화구 주변도, 싱크도 벽면까지 모두 세제로 닦고 물로 린스한다. 대단한 정성이고 초심이다. 5. 첫번째 요리는 게살팔보채다. 마일드하게 볶아낸 다양한 해물 위에 게살난백 볶음을 올렸다. 약-약의 조화인데, 그 조화 속에 다름이 느껴진다. 팔보채의 연한 감칠맛은 조금 심심할 수 있는데, 여기에 게살과 계란 흰자를 올리니 연한 단맛과 고소한 맛이 팔보채 속으로 스물스물 느껴진다. 시작 요리로 아주 좋다. (갑오징어만 살짝 단단한 것만 빼고..) 6. 새우난자완스는 120점 줘도 아깝지 않다. 일일히 칼로 다진 새우는 육질이 살아 있는 부드러운 탱글함이 돋보이고, 감칠맛도 농축이 되어 있다. 탱글한 식감과 새우 육즙을 가둬버린 겉쫄의 튀김이 부드러운 소스와 함께 맛의 조화를 이룬다. 살짝 지루한 감은 채소들이 보완해 주는데, 샐러리를 넣은 것은 신의 한수다. 식감과 향이 돋보인다. 7. 서비스로 짬뽕국물을 내어 주셨다. 닭육수 베이스로 느껴지는 담백한 국물에 얇게 채썬 채소를 빠르게 잘 볶아 냈다. (알고보니 맹물로 하신다고..) 고운 고추가루에서 오는 고소한 매운맛도 편안하고, 오징어도 국산 오징어가 부드럽게 살아있다. 밑에 양장피를 깔아서 국수처럼 먹게해 주신 배려도 굿아이디어. 역시 짬뽕 명가 홍릉각의 DNA를 이어 받은 훌륭한 맛이다. 8. 볶음밥과 계란후라이의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고슬하고 담백하게 볶아진 밥은 식감도 좋고, 파기름 향이 느껴질 만큼 재료의 맛도 잘 나타냈다. 계란후라이야 완벽한 튀김 반숙... 이렇게 잘 만든 볶음밥에 한 가지 단점이 돼지고기의 오버쿡... 돼지고기가 식감의 대장이 되어 턱을 버겁게 한다. 그 부분은 조절이 필요하겠다. 돼지고기 양을 줄이던가, 더 잘게 부셔 볶던가, 덜 볶아 부드럽게 하시던가... 9. 마지막 입가심으로 주문한 육미짜장은 나에겐 최고의 디저트가 되었다. 일반 육미짜장이였는데 갓 볶아 만들어 거의 간짜장 수준의 비주얼이다. 모양은 연희일품향의 짜장면과 비슷하다. 잘게 썰은 양파와 고기가 아삭함과 쫄깃함을 뽐내며 입안을 즐겁게 한다. 아주 살짝 나는 단맛은 인위적이지 않고 미니멈으로 사용된 조미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춘장이 조금만 더 쓰였으면 나에겐 완벽한 짜장이 됐을 듯 한데, 이집 기조가 마일드이니 어쩔 수는 없다. 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강화제 들어가지 않은 순백의 면빨이 신기하다. 매끈함이 중식에서는 처음 보는 매끈함이고, 거기에 쫄깃함까지 있는 기가 막힌 면이다. 처음 맛보는 면 스타일이라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신기한 면이 오히려 신박하다고 할까? 대신 너무 매끈하니 장이 잘 딸려 오지 않는 단점은 있다. <역시 홍릉각의 짜장면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10. 참 맛있는 식사를 했다. 너무나 특징적인 식사였다. 조금만 맛의 파인튜닝을 거치서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사장님 본인의 철학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과 대중의 입맛에 맞는 음식 사이에서 고민은 하셔야 할 것 같다. 본인의 철학과 대중성 사이에 줄타기를 하시면서 가장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접점에서 완성도를 높이시면 좋겠다. 지금 개점과 함께 넘쳐나고 있는 기연각에 대한 관심이 완성도 높은 서비스와 맛으로 진화되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바래본다. 그렇지 않으면 신인상 후보에서 그치는 아쉬운 슈퍼루키로 머물수도 있기에....

기연각

서울 성동구 용답중앙길 76 1층